재판 사흘째 아침, 판사가 변호인단에게 먼저 한 줄을 던졌다. "재앙과 멸종 문제는 다루지 않겠습니다."
판결이 아니라 증거 규칙 결정이었다. 그런데 이 한 줄이 머스크 측 핵심 논거 하나를 통째로 잘라냈다.
머스크 변호인은 사흘 내내 같은 서사를 반복했다. 머스크가 AI 종말을 막으려고 오픈AI(OpenAI)를 만들었는데 그 사명이 도둑맞았다는 이야기다. 판사가 AI 멸종론을 법정 밖으로 빼면서, 이 서사를 배심원에게 전달할 통로가 사라졌다.¹ 판사는 이렇게도 말했다. "머스크의 손에 인류의 미래를 맡기길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다루지 않겠습니다."
이본 곤살레스 로저스(Yvonne Gonzalez Rogers) 판사는 실리콘밸리에서 편한 판사가 아니다.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 최초의 히스패닉계 여성 판사이기도 하다.¹ 애플(Apple)-에픽게임즈(Epic Games) 독점 소송에서 애플 부사장이 법원 명령을 어기고 위증했다고 서면에 적시했고, 형사 법원 모독 조사를 위해 사건을 연방검사에게 넘겼다.² 메타(Meta)·스냅(Snap)·틱톡(TikTok) 소셜미디어 중독 소송도 그의 법정에서 진행 중인데, 스냅과 틱톡은 올해 1월 합의했고 메타는 3월 600만 달러 배상 판결을 받았다.¹ 실리콘밸리에 우호적인 판사와는 거리가 멀다.
법원 밖 분위기도 만만치 않다. 재판이 시작된 주에 오클랜드 법원 앞에는 매일 AI 반대 시위대가 모였다. 올해 초 알트만의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 자택에 화염병을 던진 남성이 체포됐다.³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 상원의원은 직접 이렇게 말했다. "AI가 모든 시민의 삶에 영향을 준다는 걸 생각하면, 의회에서 관련 논의가 극히 최소한의 수준에도 못 미친다."⁴ 진보 진영만이 아니다. 보수 포퓰리스트 스티브 배넌(Steve Bannon)도 같은 방향에서 빅테크를 공격한다. 좌우를 가리지 않는 AI 반감이다.
판결과 무관하게 이미 굴러가는 일들이 있다. 오픈AI는 기업가치 8,520억 달러로 모은 자금을 바탕으로 연내 IPO를 준비하면서, 경영진 두 명의 법적 지위가 불확실한 상태로 4주 넘게 버티는 중이다.¹ 기관 투자자에게 이건 숫자로 환산되는 리스크다. 한편 머스크는 xAI(xAI)를 스페이스엑스(SpaceX)에 합병시켜 합산 기업가치 1조 2,500억 달러짜리 기업을 만들었고, 코딩 AI 스타트업 커서(Cursor)를 600억 달러에 인수할 옵션 계약을 체결했다.⁵ 경쟁사 타임라인을 흔드는 사이 자기 기업가치는 키운 셈이다.
더 긴 파장은 판례에 있다. 2025년 10월 캘리포니아 법무장관 롭 본타(Rob Bonta)는 오픈AI와 양해각서를 맺었다. 새로 설립되는 오픈AI 재단이 영리법인 가치의 약 26%를 보유하는 구조다.⁶ 비판론자들은 이것만으로 부족하다고 본다. 1990년대 캘리포니아에서는 블루크로스(Blue Cross)의 영리 전환 과정에서 주 정부가 30억 달러 규모의 독립 공익재단 설립을 강제했다. 자선 신탁 위반이 이번 재판에서 인정되면, 비영리로 자금을 모았다가 영리 구조로 전환한 조직 전체에 그 파장이 미친다. 이 판결이 거기까지 얼마나 번질지, 배심원이 선고를 내리기 전부터 시장은 이미 묻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