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가 자기 변호인에게 처음 한 말은 이랬다. "공짜로 돈 대준 바보였어요. 3,800만 달러 줘서 8,520억 달러짜리 회사 만들어 준 거죠."¹
숫자 하나는 짚고 가야 한다. 그가 오픈AI(OpenAI)에 약속한 금액은 10억 달러였다. 실제로 낸 돈은 3,800만 달러였고, 지분 요구가 거절되자 분기별 기부금 납입을 끊었다.¹ "바보"가 된 사연의 일부는 그 결정에 있다.
3일간의 증언 중 그게 가장 무난한 발언이었다.
오픈AI 측 변호인 새빗의 노림수는 분명했다. 머스크가 자기 입으로 자기 주장을 무너뜨리도록 몰아간다. 새빗은 사전 청취(deposition) 영상을 법정에서 재생했다. 머스크가 오픈AI 핵심 문서를 읽지 않았다고 한 장면이었다. 그러자 머스크는 적어도 일부는 읽었다고 인정했다.¹ 작은 모순처럼 보여도 노림수는 뚜렷했다. 배심원 앞에서 머스크를 신뢰하기 어려운 증인으로 세운다.
타격이 더 묵직했던 건 xAI(xAI) 관련 질문이었다. "증류(distillation)"는 한 AI 모델의 출력을 다른 모델 훈련에 쓰는 방식으로, 오픈AI 이용약관이 명시적으로 금지한다. 올해 초 중국 딥시크(DeepSeek) R1이 GPT-4 결과물을 무단 증류했다는 의혹으로 업계가 들끓었던 바로 그 방식이다.²
새빗: "xAI가 오픈AI 기술을 증류한 적 있나요?" 머스크: "원래 AI 회사들은 서로 증류를 합니다." 새빗: "예스라는 뜻인가요?" 머스크: "부분적으로는."¹
법정에서 탄성이 나왔다고 현장 기자들은 전했다. 오픈AI를 자선단체 절도 혐의로 고소한 사람이, 같은 법정에서 오픈AI 이용약관 위반을 부분 인정한 장면이었다.
X(X) 알고리즘 관련 증언도 마찬가지였다. 머스크는 자기 계정을 우선 노출하거나 오픈AI 계정을 강등시킨 적이 없다고 했다. 기록은 그렇지 않다. 2023년 2월, 그는 자기 게시물 조회수가 바이든 전 대통령의 슈퍼볼 게시물보다 낮다며 직원들에게 손보라고 지시했다. 그 뒤 한동안 X 타임라인에는 머스크 게시물만 떴다.¹
재판이 시작되기 전에도 판사는 이미 한 번 경고한 상태였다. 배심원 선정 기간에 머스크가 알트만을 "스캠 알트만(Scam Altman)"이라고 부르는 게시물을 X에 올리자, 판사는 언론 접촉 금지 명령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자제를 약속하면서 일단 마무리됐다.¹
증언 마지막 날, 머스크는 새빗에게 "당신 질문은 나를 속이려고 짠 것"이라고 했다. 판사가 끼어들었다.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께 다시 말씀드립니다. 당신은 변호사가 아닙니다." 머스크가 받아쳤다. "맞습니다. 뭐, 따지자면 학교에서 법학 101은 들었지만요." 방청석에서 웃음이 터졌다.¹
기부 규모, 문서 열람 여부, xAI의 경쟁사 기술 활용까지 — 3일간 쌓인 불리한 증거 대부분은 새빗이 지어낸 게 아니라 머스크 본인 입에서 나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