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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브라스는 정말 흑자로 상장했나?

세레브라스는 정말 흑자로 상장했나?

첫날 68% 급등, 둘째날 10% 하락 — 세레브라스 IPO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세레브라스(Cerebras) 주가가 5월 14일 나스닥 데뷔 첫날 공모가 대비 68% 올랐어요¹. 공모가는 $185. 주관사가 처음 제시했던 $115~125을, 그리고 한 번 올린 $150~160마저 넘어선 가격이에요. 그런데도 시초가는 $350. 공모가의 거의 두 배에서 시작했어요. 2019년 우버 이후 미국에서 가장 큰 테크 IPO입니다¹.

헤드라인 세 줄이 시장을 들썩였어요. 흑자 전환, CFIUS 통과, 20배 청약. 셋 다 사실이에요. 근데 들여다보면 셋 다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그 세 줄을 한 줄씩 풀어 보는 글이에요.

"흑자로 크게 돌아섰다"는 표현, 그대로 믿어도 될까요?

테크크런치(TechCrunch)의 줄리 보트 기자는 5월 14일 IPO 기사에서 세레브라스가 "흑자로 크게 돌아섰다"고 썼어요². 2025년 GAAP 순이익 2억 3,780만 달러. 1년 전 GAAP 적자 4억 8,160만 달러에서의 흑자 전환이에요³.

숫자만 보면 맞는 말이에요. 다만 그 흑자 전체가 한 곳에서 나왔어요. G42 선도계약(forward contract — 1년 안에 정해진 가격으로 주식을 사기로 한 계약)이 소멸하면서 잡힌 3억 6,330만 달러짜리 일회성 비현금 이익. 회계 항목 하나예요.

이 일회성 이익을 걷어내 봅시다. 세레브라스의 2025년 영업 실체는 7,570만 달러 적자예요. 같은 방식으로 따진 2024년 적자는 2,180만 달러. 영업 손실이 1년 새 247% 더 커진 거예요³.

흑자로 상장한 회사가 아니라, 손실이 빠르게 불어나는 회사가 회계 항목 하나 덕분에 흑자처럼 보였을 뿐입니다.

그 회계 항목은 어디서 왔나요? — G42 이야기

회계 이익의 출처인 G42는 처음부터 투자자가 아니었어요. 두 회사의 관계는 2023년 7월부터 시작됐어요. G42가 세레브라스 장비와 서비스를 3억 달러어치 사기로 한 고객 계약이었어요.

2024년에는 더 커집니다. G42는 추가로 14억 3,000만 달러어치 구매를 약속했고, 2024년 상반기 세레브라스 매출의 87%가 이 한 곳에서 나왔어요⁴.

그리고 2024년 5월, 관계가 또 한 번 바뀝니다. G42가 세레브라스 주식 2,285만 주를 3억 3,500만 달러에 사들이기로 했어요. 회사 지분 약 5%. 고객이 투자자가 된 거예요.

근데 이 3억 3,500만 달러는 보통의 주식 인수가 아니었어요. 1년 안에 주식을 사겠다는 선도계약. 세레브라스 장부에 부채로 남았습니다. 그리고 2025년 그 계약이 정리되면서 3억 6,330만 달러의 일회성 회계 이익이 잡혔어요. 세레브라스를 흑자로 보이게 한 바로 그 항목이에요.

그러면 CFIUS는 뭘 통과시킨 건가요?

이 IPO가 두 번째 시도인 이유도 G42에 있어요. G42는 평범한 아부다비 기술기업이 아닙니다. 아부다비 국부펀드 무바달라(Mubadala)가 지분을 갖고 있고, 회장은 아부다비 부통치자이자 아랍에미리트 국가안보보좌관인 셰이크 타눈 빈 자이드 알나흐얀이에요. 화웨이(Huawei)와 거래해온 이력도 있어요.

세레브라스가 2024년 9월 첫 S-1을 내면서 이 3억 3,500만 달러 투자를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에 자진 신고했을 때, 우려는 구체적이었어요. 세계에서 가장 앞선 AI 칩 설계가 G42를 거쳐 중국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것. 심사는 예정된 기한을 넘겨 이어졌고, 그사이 첫 상장 시도는 멈췄어요.

2025년 3월 셰이크 타눈이 워싱턴에서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을 만난 뒤에야 심사가 움직였어요. 며칠 뒤 CFIUS는 G42가 무의결권 주식을 받는 조건으로 거래를 승인했고, 세레브라스는 1년 뒤인 2026년 4월 다시 S-1을 냈습니다⁵.

여기서 한 가지 짚고 갈게요. 규제가 본 위험은 아랍에미리트 자본이 칩 회사를 통제하는 것이었어요. 그 위험은 의결권 정리로 서류상 해소됐어요. 근데 매출 의존도는 한 글자도 줄지 않았습니다.

2025년 매출의 62%는 무함마드 빈 자이드 인공지능대학교(MBZUAI)에서, 24%는 G42에서 나왔어요. 합치면 86%. 게다가 증권신고서는 MBZUAI를 G42의 특수관계자로 명시합니다⁶.

CFIUS가 고친 것은 거버넌스고, 고치지 못한 것은 비즈니스예요. 세레브라스는 여전히 매출 전부를 아랍에미리트 한 축에 기대고 있어요.

나머지 미래는 어디에 걸려 있나요? — 오픈AI 200억 달러 계약

매출 의존을 떼어내려면 다른 큰 고객이 필요해요. 세레브라스는 오픈AI(OpenAI)와 200억 달러가 넘는 인퍼런스(inference — 학습된 AI 모델이 추론을 수행하는 단계) 용량 공급 계약을 맺었어요⁷. 백로그로는 화려합니다.

다만 같은 거래 안에서 다른 일이 같이 일어났어요. 오픈AI는 세레브라스 주식을 살 수 있는 워런트 3,340만 주를 받았고, 1월에는 세레브라스에 연 6% 금리로 10억 달러를 빌려줬어요⁷. 고객이면서 동시에 채권자이고 잠재적 주주.

그러면 이런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올라요. 고객이 구매 자금을 직접 대주는 200억 달러짜리 계약을 정상적인 수주로 볼 수 있을까요?

저는 4월에 오픈AI를 둘러싼 순환 자금 구조를 쓰면서 같은 질문을 했어요. 세레브라스 거래는 그 패턴의 가장 선명한 사례예요.

그러면 시장은 무엇에 20배 청약한 건가요?

흑자, CFIUS 통과, 20배 청약. 세 헤드라인은 들여다보면 모두 다른 이야기를 해요.

  • 흑자는 회계 항목이고
  • CFIUS는 의존도를 건드리지 못했고
  • 20배 청약은 회사의 실체가 아니라 'AI 인프라'라는 단어에 붙은 프리미엄이에요

숫자로 보면 더 명확합니다. 세레브라스의 시가총액은 발행주식 기준으로 보든 완전희석 기준으로 보든 2025년 매출 5억 1,000만 달러³의 130배에서 190배에 이르러요. 그 배수를 정당화하는 것은 실적이 아니라 서사예요.

같은 주에 매출 13만 8천 달러짜리 지열 회사 퍼보(Fervo)가 시가총액 100억 달러로 데뷔했어요. 시장이 무엇이든 받아주는 국면입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줄 서 있는 AI 칩 IPO들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리벨리온과 퓨리오사가 줄 서 있어요. 세레브라스가 남긴 체크리스트는 단순합니다. 사인 전에 같이 봐 봐요.

  • 매출이 몇 개 고객에 몰려 있는가
  • 일회성 항목을 빼면 손익이 어떤가
  • 그 큰 고객이 동시에 투자자이거나 채권자인가

데뷔 다음 거래일 세레브라스 주가는 10% 빠졌어요¹. 시장도 같은 계산을 시작한 것일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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