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소극장에서 출발한 작품이 토니상 6관왕이 된 후
"Maybe Happy Ending"(한국어 원제는 "어쩌면 해피엔딩")이 2024년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 한국 공연 업계에서 뉴욕 진출은 막연한 꿈이었어요. 2016년 서울 대학로 소극장에서 초연한 이 뮤지컬은 영어 버전으로 브로드웨이에 올라 2025년 토니상 6개를 수상했어요.¹
그 이후로 한국의 연극·뮤지컬 아티스트와 제작자들 사이에서 "내 작품도 브로드웨이 갈 수 있겠구나"라는 꿈이 조금 더 현실에 가까워졌어요. 그런데 이번 기회는 우리가 작품을 들고 나가는 쪽이 아니라, 외국 관객이 우리 무대로 직접 찾아오는 쪽으로 먼저 열렸어요.
그러면 대학로에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요?
"Maybe Happy Ending"이 토니상을 수상한 이후, 서울 대학로 공연장에서 외국인 관람객 비율이 "거의 없음"에서 "매일 있음" 수준으로 바뀐 공연들이 나오기 시작했어요.¹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여기에는 숨은 공로자가 있어요. 엑스퍼트(Xpert Inc.)라는 스타트업이 만든 스마트 글래스가 그 주인공이에요. 원래는 청각장애인용 보조 기기를 만들던 회사인데, 지난해 공연 자막 솔루션으로 소프트웨어를 새로 짰어요.
이 회사가 내놓은 시스템의 이름은 '아울(Owl)'이에요. 배우 대사에서 큐워드를 감지해 한국어·영어·일본어·중국어 자막을 안경 렌즈에 실시간으로 띄워줍니다. 사람이 직접 타이밍을 맞춰야 했던 기존 자막 방식과 달리, AI가 동기화를 처리해요.
안경 하나로 관객층이 바뀌었다고요?
물론 안경만의 효과는 아니에요. 스마트씨어터 프로그램에는 홍보·광고·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 초청이 함께 묶여 있었어요. 기술과 마케팅이 같이 움직였다는 뜻이에요.
근데 이 조합의 결과로 제작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지가 열렸어요. 일부는 번역 버전 제작에 나섰어요. 반면 "두 번째 찬스 편의점" 제작사 프로젝트 지우(Project Jiwoo)의 황기현 대표는 두 차례나 타국어 버전 제안을 거절했어요. "한국어가 매력의 일부"라는 게 그의 논리예요.
이건 단순한 감상이 아니에요. BTS 팬덤이 한국어 원곡을 찾듯, 외국인이 '한국어로 된 한국 공연'을 원할 수 있다는 베팅이에요. 자막 안경이 그 베팅을 가능하게 해줬어요.
정부 돈은 어디로 움직였나요?
자본은 빠르게 움직였어요. 문화체육관광부는 2026년 뮤지컬 예산을 전년 대비 1,400만 달러 증액해 1,800만 달러로 편성했어요.¹ 한국관광공사도 '스마트씨어터' 프로그램을 통해 서울과 해외 순회 공연에 AI 번역 안경 도입 비용을 지원하기 시작했고요.
정부 보조금이 작품 자체가 아니라 작품을 보여주는 인프라에 붙기 시작했다는 점이 흥미로워요. 보통 한국 콘텐츠 정책은 제작비 지원이 중심이었거든요.
그렇다면 진짜 기회는 어디에 있을까요?
진짜 기회는 공연 수출 자체보다 수출을 가능하게 하는 인프라에 있을 수 있어요. 엑스퍼트는 지금 한국 시장에서 정부 보조금으로 기술을 검증하는 중이에요.
언어 장벽은 한국 공연만의 문제가 아니거든요. 이 기술이 충분히 완성된다면 수요처는 한국 공연 업계를 훨씬 넘어설 수 있어요. 작품 수출보다 자막 인프라 수출이 먼저 도달할 가능성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