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심원단 9인이 평의실에 들어간 지 두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평결이 나왔다.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OpenAI와 샘 올트먼(Sam Altman)을 상대로 낸 1,500억 달러 소송은 그렇게 기각됐다¹. 3주간 이어진 재판, 여러 테크 거물이 증언대에 오르고 머스크와 올트먼 본인까지 선 "세기의 AI 재판"의 결말치고는 허무할 만큼 빨랐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건 배심원단이 판단한 내용이다. 그들이 결정한 것은 단 하나, 머스크가 소송을 너무 늦게 냈다는 것뿐이었다.
재판은 2단계로 설계됐다. 1단계에서 배심원단이 "머스크가 제소 기한 안에 소송했는가"를 먼저 판단하고, 통과하면 2단계에서 본안 — 올트먼과 OpenAI가 실제로 "자선단체를 훔쳤는가" — 을 심리하는 구조였다. 배심원단은 1단계에서 멈췄다. 자선신탁 위반의 제소 기한은 3년인데, 머스크는 2020년부터 OpenAI의 영리 행보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도 2024년에야 소송을 냈다¹. 그래서 머스크가 던진 진짜 질문, 비영리로 출발한 조직이 영리로 전환해도 되는가에 법원은 끝내 답하지 않았다.
머스크의 소송이 본안까지 가지 못한 데는 그 자신의 과거도 한몫했다. OpenAI 측은 머스크가 2017년 이 비영리 연구소를 자신의 전기차 회사 테슬라(Tesla)에 합병하려 했고, 통제권을 요구했으며, 뜻대로 되지 않자 자금 지원을 끊겠다고 했다는 증거를 제시했다². 그렉 브록만(Greg Brockman) OpenAI 사장은 그 자리에서 머스크가 자신을 물리적으로 공격할 줄 알았다고 증언했다. OpenAI가 하려던 일을 똑같이 시도했던 사람이, 나중에 그 일을 "절도"라 부른 셈이다.
그렇다고 OpenAI가 깨끗하게 이긴 것도 아니다. "우리의 최우선 수탁 의무는 인류에 있다"고 헌장에 적은 조직에서, 브록만의 지분 가치는 약 300억 달러, 공동창업자 일리야 수츠케버(Ilya Sutskever)의 지분은 70억 달러에 이른다. 직접 지분이 없다던 올트먼조차 OpenAI와 거래하는 회사들에 20억 달러 규모 지분이 있다는 사실이 재판에서 드러났다³. 머스크 측 변호인은 배심원단에게 물었다. "샘 올트먼 버전의 진실 위에 지어진 다리를 건너겠는가?" 평결은 OpenAI의 승리였지만, 신뢰의 승리는 아니었다.
머스크가 이겼다면 OpenAI의 기업공개는 공중에 떴을 것이다. 올해 안에 예정된, 약 1조 달러 규모로 거론되는 그 상장 말이다³. 이제 마지막 법적 장애물이 치워졌다. 하지만 법적 리스크 하나가 사라진 자리에는 사업 리스크가 그대로 남아 있다. 앤트로픽(Anthropic)의 매출은 지난해 90억 달러에서 올해 190억 달러로 두 배 넘게 뛸 전망이고, 구글은 새 모델로 추격 중이며, 저작권과 부당사망을 다투는 소송이 줄지어 있다⁴. 소송에서 이겼다는 사실이 곧 투자할 만한 회사라는 뜻은 아니다.
머스크는 항소를 예고하며 판사를 "활동가 판사"라 비난했다. 하지만 그의 진짜 무기는 항소가 아니다. AI 연구자 오렌 에치오니가 말했듯 근본 쟁점은 그대로 남았다. 어떤 비영리든 마음대로 영리로 전환할 수 있는가³. 캘리포니아 법무장관은 이미 OpenAI의 영리 전환을 승인했지만, 여론이 충분히 움직이면 그 결정을 다시 들여다볼 수 있다⁴. 머스크가 법정에서 얻지 못한 답은, 법정 밖에서 더 오래 살아남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