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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브라스는 정말 흑자로 상장했나?

세레브라스는 정말 흑자로 상장했나?

세레브라스(Cerebras) 주가가 5월 14일 나스닥 데뷔 첫날 공모가 대비 68% 올랐다¹. 공모가 $185는 주관사가 처음 제시했던 $115~125을, 그리고 한 번 올린 $150~160마저 넘어선 가격이다. 그런데도 시초가는 $350으로 공모가의 거의 두 배에서 시작했다. 2019년 우버 이후 미국에서 가장 큰 테크 IPO다¹.

테크크런치(TechCrunch)의 줄리 보트 기자는 5월 14일 IPO 기사에서 세레브라스가 "흑자로 크게 돌아섰다"고 썼다². 2025년 GAAP 순이익 2억 3,780만 달러, 1년 전 GAAP 적자 4억 8,160만 달러에서의 흑자 전환이다³. 숫자만 보면 맞는 말이다. 다만 그 흑자 전체가 G42 선도계약(forward contract)이 소멸하면서 잡힌 3억 6,330만 달러짜리 일회성 비현금 이익에서 나왔다. 이 일회성 이익을 걷어내고 보면, 세레브라스의 2025년 영업 실체는 7,570만 달러 적자다. 같은 방식으로 따진 2024년 적자는 2,180만 달러였으니, 영업 손실은 1년 새 247% 더 커졌다³. 흑자로 상장한 회사가 아니라, 손실이 빠르게 불어나는 회사가 회계 항목 하나 덕분에 흑자처럼 보였을 뿐이다.

그 회계 항목의 출처인 G42는 처음부터 투자자가 아니었다. 두 회사의 관계는 2023년 7월 G42가 세레브라스 장비와 서비스를 3억 달러어치 사기로 한 고객 계약에서 시작됐다. 2024년 G42는 추가로 14억 3,000만 달러어치 구매를 약속했고, 2024년 상반기 세레브라스 매출의 87%가 이 한 곳에서 나왔다⁴. 그리고 2024년 5월, G42는 세레브라스 주식 2,285만 주를 3억 3,500만 달러에 사들이기로 했다. 회사 지분 약 5%, 고객이 투자자가 된 것이다. 이 3억 3,500만 달러는 보통의 주식 인수가 아니라 1년 안에 주식을 사겠다는 선도계약이었고, 세레브라스 장부에 부채로 남았다. 2025년 그 계약이 정리되며 3억 6,330만 달러의 일회성 회계 이익이 잡혔다. 세레브라스를 흑자로 보이게 한 바로 그 항목이다.

이 IPO가 두 번째 시도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G42는 평범한 아부다비 기술기업이 아니다. 아부다비 국부펀드 무바달라(Mubadala)가 지분을 갖고 있고, 회장은 아부다비 부통치자이자 UAE 국가안보보좌관인 셰이크 타눈 빈 자이드 알나흐얀이다. 화웨이(Huawei)와 거래해온 이력도 있다. 세레브라스가 2024년 9월 첫 S-1을 내면서 이 3억 3,500만 달러 투자를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에 자진 신고했을 때, 우려는 구체적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앞선 AI 칩 설계가 G42를 거쳐 중국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것이다. 심사는 예정된 기한을 넘겨 이어졌고, 그사이 첫 상장 시도는 멈췄다. 2025년 3월 셰이크 타눈이 워싱턴에서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을 만난 뒤에야 심사가 움직였다. 며칠 뒤 CFIUS는 G42가 무의결권 주식을 받는 조건으로 거래를 승인했고, 세레브라스는 1년 뒤인 2026년 4월 다시 S-1을 냈다⁵.

규제가 본 위험은 UAE 자본이 칩 회사를 통제하는 것이었고, 그 위험은 의결권 정리로 서류상 해소됐다. 그런데 매출 의존도는 한 글자도 줄지 않았다. 2025년 매출의 62%는 무함마드 빈 자이드 인공지능대학교(MBZUAI)에서, 24%는 G42에서 나왔다. 합치면 86%다. 게다가 증권신고서는 MBZUAI를 G42의 특수관계자로 명시한다⁶. CFIUS가 고친 것은 거버넌스고, 고치지 못한 것은 비즈니스다. 세레브라스는 여전히 매출 전부를 UAE 한 축에 기대고 있다.

나머지 미래는 오픈AI(OpenAI)에 걸려 있다. 세레브라스는 오픈AI와 200억 달러가 넘는 인퍼런스 용량 공급 계약을 맺었다⁷. 백로그로는 화려하다. 다만 같은 거래 안에서 오픈AI는 세레브라스 주식을 살 수 있는 워런트 3,340만 주를 받았고, 1월에는 세레브라스에 연 6% 금리로 10억 달러를 빌려줬다⁷. 고객이면서 동시에 채권자이고 잠재적 주주다. 고객이 구매 자금을 직접 대주는 200억 달러짜리 계약을 정상적인 수주로 볼 수 있을까? 나는 4월에 오픈AI를 둘러싼 순환 자금 구조를 쓰면서 같은 질문을 했다. 세레브라스 거래는 그 패턴의 가장 선명한 사례다.

흑자, CFIUS 통과, 20배 청약. 세 헤드라인은 들여다보면 모두 다른 이야기를 한다. 흑자는 회계 항목이고, CFIUS는 의존도를 건드리지 못했고, 20배 청약은 회사의 실체가 아니라 'AI 인프라'라는 단어에 붙은 프리미엄이다. 세레브라스의 시가총액은 발행주식 기준으로 보든 완전희석 기준으로 보든 2025년 매출 5억 1,000만 달러³의 130배에서 190배에 이른다. 그 배수를 정당화하는 것은 실적이 아니라 서사다. 같은 주에 매출 13만 8천 달러짜리 지열 회사 퍼보(Fervo)가 시가총액 100억 달러로 데뷔했다. 시장이 무엇이든 받아주는 국면이다.

그래서 한국에서 줄 서 있는 AI 칩 IPO들, 리벨리온과 퓨리오사를 볼 때 세레브라스가 남긴 체크리스트는 단순하다. 매출이 몇 개 고객에 몰려 있는가. 일회성 항목을 빼면 손익이 어떤가. 그 큰 고객이 동시에 투자자이거나 채권자인가. 데뷔 다음 거래일 세레브라스 주가는 10% 빠졌다¹. 시장도 같은 계산을 시작한 것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