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 사회 불평등과 초고령사회
"미래는 이미 여기 있다. 다만 고르게 분포되어 있지 않을 뿐이다."
— 윌리엄 깁슨(William Gibson), 작가
"The future is already here — it's just not very evenly distributed."
150세 시대의 신분제
불평등은 미래 사회의 가장 큰 폭탄이다. 빈부 격차, 교육 격차, 지식과 인맥의 세습이 겹치면서 문제는 지금보다 훨씬 심각해질 것이다. 특히 인간 수명이 150세까지 늘어난다면, 돈 있는 자와 없는 자의 삶은 완전히 달라진다.
부자는 150세까지 살지만, 가난한 자는 80세에 죽는다. 무려 한 세대가 훨씬 넘는 기간이다. 이 기간 동안 돈 있는 사람들은 부를 축적할 시간이 더 많아지고, 지식과 경험을 얻을 시간도 많아지며, 가족에게 부와 인맥 등 사회적 자산을 물려줄 기회도 많아진다. 즉 부익부 빈익빈이 지금보다 훨씬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데이터와 인맥까지 대물림되는 시대
부의 세습뿐 아니라 경험과 지식, 인맥의 세습도 격차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지금은 1차 세계대전을 직접 경험한 사람이 거의 없지만, 21세기 말에는 2001년 9·11 사태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정정하게 돌아다닐지도 모른다. 만약 100년 넘게 주식 시장의 부침을 겪어보고 데이터를 쌓은 사람이 있다면, 이제 막 투자를 시작하는 사람보다 압도적으로 유리하지 않겠는가?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이 100년 동안 전 세계 금융 시장을 보고 겪은 경험을 아들에게 전수한다고 생각해보자. 동화책 쓰듯 구술하는 형태로 세습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0과 1로 된 엄청난 양의 데이터, 머신러닝 알고리즘, 그리고 충성스럽고 지혜로운 전문가 인맥을 물려줄 것이다. 이런 도구들을 물려받은 후세들이 그렇지 않은 경쟁자보다 훨씬 유리하게 시작할 것임은 분명하다.
살아 있는 동안 부자들은 더 많은 부와 지식, 네트워크를 축적한다. 결국 경험과 데이터까지 대물림되면서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이것이 21세기식 신분제 사회다. (생명 연장 기술의 현주소는 7장 〈생명과 고령화사회〉에서 다뤘다.)
한국은 특히 위험하다 — 인구절벽과 초고속 고령화
한국은 특히 위험하다. 인구절벽과 초고속 고령화라는 이중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한국은 2025년 초고령사회(65세 이상 20% 이상)에 진입했으며, 2050년경에는 65세 이상 비율이 약 40%에 이를 전망이다.1
- 국민연금은 머지않아 지급 불능에 빠질 수 있다. 80세까지만 살 것을 가정해 설계된 제도가 130세 시대를 버틸 리 없다.
- 의료보험도 마찬가지다. 치매, 암, 심혈관 질환 등 초고령 질병이 급증하는데, 지금의 재정 구조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 부동산 역시 문제다. 임대할 세입자가 줄어들어 "집을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노후"가 다가온다. 은퇴 후 집을 담보로 월세 수익을 꿈꾸던 세대는 집을 경매로 내놓을 수도 있다.
스타트업은 이 위기를 어떻게 기회로 바꾸는가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는 새로운 기회가 있다.
미국의 디보티드 헬스(Devoted Health)는 고령층 맞춤형 메디케어 어드밴티지(Medicare Advantage) 보험으로 20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받았고, 2024년 기준 기업가치가 130억 달러 수준으로 평가받기도 했다.2 한국의 케어닥(Caredoc)은 시니어 돌봄을 플랫폼화하며 빠르게 성장 중이다. 부동산 분야에서도 시니어 자산을 유동화해 현금 흐름을 만들어주는 핀테크 스타트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단순히 '복지'가 아니라, 초고령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비즈니스로 해결하는 시도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동과 교육 — 다시 정의되는 인프라
교통 역시 고령 사회의 핵심 이슈다. 우버(Uber)가 출발시킨 이동 혁신은 이제 자율주행과 결합하고 있다. 테슬라(Tesla), 구글 웨이모(Waymo), 그리고 모빌아이(Mobileye) 같은 기업들이 미래 도로를 장악하려 한다.3 아마 20년이 지나지 않은 미래의 도로에는 사람이 직접 운전하는 차를 보기 힘들어질 것이다. 고령 운전자의 안전 문제도 자율주행이 풀어갈 영역이다.
교육도 다시 정의해야 한다. 20세까지 공부하고 60세에 은퇴하는 라이프사이클은 끝났다. 사람들은 5~10년마다 다시 학교로 돌아와야 한다. 트럭 운전사가 자율주행에 일자리를 잃는 순간, 그는 리스킬링(reskilling) 교육을 통해 새로운 직업을 배워야 한다. 이미 미국의 코세라(Coursera), 유데미(Udemy) 같은 플랫폼이 전 세계 평생 학습 시장을 이끌고 있다.4
한국 대학의 평생교육 전환
한국의 교육 현장은 고령사회로의 이전이 시작되었다. 2000년대 초등학생은 약 400만 명이었지만, 2035년에는 약 230만 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거의 절반 수준이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2021년 대학 입학 정원은 약 47만 2,000명이었고5, 입학 정원이 더 줄지 않는다면 2030년 대학 입학 대상인 2011년생 인구는 약 47만 1,000명으로, 이론적으로는 2011년생 전부가 대학에 진학하고도 정원이 남는다. 대부분의 대학은 더 이상 고등학생 수험생만 바라보는 전략으로는 유지할 수 없다. 대학이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재교육하는 평생교육기관으로 전환해야 하는 이유다.
초고령사회에서 스타트업이 공략할 수 있는 다섯 영역
- 시니어 헬스케어 — 만성질환 관리, 원격 진료, 치매 예방·관리 (디보티드 헬스, 케어닥)
- 자산 유동화 — 주택 역모기지, 연금 최적화, 시니어 자산 관리 핀테크
- 이동 편의 — 자율주행 셔틀, 보행 보조, 복지 차량 플랫폼
- 리스킬링 교육 — 중장년 재취업, AI·디지털 기초 교육, 크레딧 누적형 학위
- 돌봄 인력 — 요양사 매칭, 간병 공유 플랫폼, AI 돌봄 로봇
공통점 — 과거엔 가족·공공이 제공하던 기능을 시장에서 풀어야 하는 구조적 전환. 그만큼 시장이 크다.
격차는 문제이자 기회다
불평등과 초고령사회는 두 얼굴의 동전이다. 한쪽은 "사회가 더 나빠지는 이유"지만, 다른 쪽은 "스타트업이 풀어야 할 가장 큰 시장"이기도 하다. (이런 구조적 문제를 어떻게 사업으로 바꾸는지는 2장 〈원대한 아이디어보다 하찮은 실행이 낫다〉에서 다룬 실행론과 연결된다.)
불평등의 상한선은 창업가가 푸는 문제의 상한선이다.
참고 문헌
[1] "대한민국의 인구", Wikipedia (한국어). https://ko.wikipedia.org/wiki/대한민국의_인구
[2] "Devoted Health",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Devoted_Health
[3] "Waymo",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Waymo
[4] "Coursera",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Coursera
[5] "교육통계서비스", 한국교육개발원. https://kess.ke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