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 환경과 에너지
"이 재킷을 사지 마라."
— 파타고니아(Patagonia)의 2011년 블랙 프라이데이 뉴욕타임스 전면 광고
"Don't Buy This Jacket."
"환경 스타트업이 유니콘의 절반을 차지할 것이다"
2019년 한 벤처캐피털리스트에게 이 말을 듣고 충격받았다. "앞으로 10년, 환경 스타트업이 유니콘의 절반을 차지할 것이다." 당시엔 과장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2025년 현재, 그의 예언은 현실이 되었다. 테슬라(Tesla)의 시가총액이 토요타(Toyota)를 넘어선 건 이미 옛날 이야기다.
진짜 주목할 건 따로 있다. 돈 냄새를 누구보다 잘 맡는 실리콘밸리가 환경 스타트업에 미친 듯이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PwC의 State of Climate Tech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테크(climate tech) 스타트업이 2021년 피크 때 연간 1천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고, 2024년에도 수백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1
빌 게이츠(Bill Gates)는 브레이크스루 에너지(Breakthrough Energy)라는 수십억 달러 규모 펀드를 만들어 탄소 제로 기술에만 투자한다. 제프 베조스(Jeff Bezos)도 베조스 어스 펀드(Bezos Earth Fund)로 100억 달러를 조성했다.2
왜 실리콘밸리가 환경에 베팅하는가
답은 간단하다. 시장이 거대하기 때문이다. 맥킨지(McKinsey)는 2030년까지 탈탄소 전환에 따른 신규 시장 기회가 연간 수조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인터넷 혁명보다 크다. (대형 시장을 공략하는 스타트업의 경쟁 원리는 3장 〈스타트업이 대기업과 경쟁할 수 있나요〉에서 다뤘다.)
파타고니아 — "이 재킷을 사지 마라"
파타고니아의 창업자 이본 쉬나드(Yvon Chouinard)는 역설적 마케팅으로 유명하다. "이 재킷을 사지 마라." 2011년 블랙 프라이데이에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에 실은 전면 광고다. 미친 짓처럼 보였다. 하지만 결과는? 그해 매출이 30% 늘었다.
비결은 진정성(authenticity)이다. 파타고니아는 말만 하지 않는다. 실제로 매출의 1%를 환경 단체에 기부한다. 1985년부터 누적 기부금은 1억 4,000만 달러를 넘었다. 2022년엔 아예 회사 전체를 환경 보호 신탁에 넘겼다. 30억 달러 가치의 회사를 통째로 지구에 기부한 것이다.3
이것이 브랜딩이다. 소비자는 바보가 아니다. 특히 MZ세대는 기업의 진정성을 꿰뚫어본다. 딜로이트(Deloitte)의 연례 글로벌 밀레니얼/제너레이션 Z 서베이에 따르면, 젊은 세대의 상당수가 "기업의 환경·사회적 가치"를 제품 구매·취업 결정의 주요 요소로 꼽고 있다.4
빅테크의 탄소 약속
2016년 구글(Google)은 재생 에너지를 2.5 기가와트(GW) 구매했다. 후버댐 1시간 생산량보다 많다. 구글은 그해 세계 최대 재생 에너지 구매 기업이었고, 지금도 그 타이틀을 지키고 있다. 이미 2030년까지 모든 데이터센터와 캠퍼스를 무탄소 전력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2030년까지 '탄소 네거티브(carbon negative)'를 선언했고5, 애플(Apple)은 전 세계 공급망을 2030년까지 100% 탄소 중립으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6 거대한 기업들은 환경을 비용이 아니라 기회로 본다.
기후테크 스타트업 — 새로운 유니콘의 탄생
스타트업이라고 다르지 않다. 최근 몇 년간 더 과감한 기후테크 스타트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 클라임웍스(Climeworks) (스위스) —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direct air capture, DAC)해 지하에 저장하는 기술로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2024년 아이슬란드 '매머드(Mammoth)' 플랜트를 가동, 연간 3만 6,000톤 규모 포집을 목표로 한다.7
- 트웰브(Twelve) (미국) — 이산화탄소를 연료와 플라스틱 원료로 전환. 항공사 얼래스카 에어(Alaska Airlines)와 지속가능 항공 연료(SAF) 공급 계약 체결.
- 수퍼빈(Superbin) (한국) — AI 자판기로 쓰레기를 수거하고 즉시 포인트를 지급해 재활용률을 높인다. 주요 도시 곳곳에 '네프론' 로봇 설치.
차량 공유 역시 환경 영역과 맞닿아 있다. 우버(Uber)와 리프트(Lyft) 같은 서비스만으로도 대도시 교통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 MIT CSAIL의 2017년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4인승 기준 3,000대의 카풀 차량으로 뉴욕시 전체 택시 수요의 약 98%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현재 운영 중인 약 1만 4,000대의 택시 대비 약 5분의 1 수준 — 약 75% 감소에 해당한다.8 실제 한국에서도 타다(Tada)·쏘카(Socar) 이용자가 늘면서 1인당 자가용 의존도가 줄어드는 흐름이 관찰된다.
환경·에너지 스타트업이 공략할 수 있는 다섯 영역
- 재생 에너지 인프라 — 태양광·풍력·지열·수소 생산 및 저장
- 전기화(electrification) — 전기차, 전기 트럭·선박·항공, 배터리 재활용
-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 클라임웍스·트웰브 식의 직접 포집·활용 기술
- 기후 적응(climate adaptation) — 농업·물 관리·재난 예측
- 순환 경제(circular economy) — 자원 재활용, 섬유·플라스틱 대체 소재, 수리·재판매 플랫폼
공통점 — 측정 가능한 CO₂/에너지 절감이 직접 수익과 연결되는 구조다. (생명·헬스케어와 마찬가지로 '데이터 × AI × 규제' 교차점에서 유니콘이 나온다 — 7장 〈생명과 고령화사회〉 참조.)
외면할 수 없는 문제
환경 문제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기후 위기, 산림 파괴, 해양 생태계 붕괴, 미세먼지, 산업 폐기물은 모두 우리의 생존을 직접 위협한다. 창업가라면 이 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
투자자들은 이미 베팅했고, 빅테크는 이미 움직였다. 이 시장의 다음 유니콘은 대기업 회의실이 아니라 지금 작은 팀의 실험실에서 설립되고 있는 중일 것이다.
참고 문헌
[1] "State of Climate Tech 2023: Investment analysis", PwC. https://www.pwc.com/gx/en/issues/esg/state-of-climate-tech-2023-investment.html
[2] "Bezos Earth Fund",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Bezos_Earth_Fund
[3] David Gelles, "Billionaire No More: Patagonia Founder Gives Away the Company", The New York Times, September 14, 2022. https://www.nytimes.com/2022/09/14/climate/patagonia-climate-philanthropy-chouinard.html
[4] "Deloitte Global Gen Z and Millennial Survey", Deloitte Insights. https://www.deloitte.com/global/en/issues/work/content/genzmillennialsurvey.html
[5] "Microsoft will be carbon negative by 2030", Microsoft Blog, January 16, 2020. https://blogs.microsoft.com/blog/2020/01/16/microsoft-will-be-carbon-negative-by-2030/
[6] "Apple commits to be 100 percent carbon neutral for its supply chain and products by 2030", Apple Newsroom, July 21, 2020. https://www.apple.com/newsroom/2020/07/apple-commits-to-be-100-percent-carbon-neutral-for-its-supply-chain-and-products-by-2030/
[7] "Climeworks",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Climeworks
[8] "Study: Carpooling apps could reduce taxis 75 percent", MIT News, January 3, 2017. https://news.mit.edu/2017/study-carpooling-apps-could-reduce-taxis-75-percent-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