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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 변화의 기술

"변화는 피할 수 없다. 변화를 즐기는 데서 창의성이 나온다."

— 에드 캣멀(Ed Catmull), 《창의성을 지휘하라》 중에서

"Change is inevitable. Working with change is what creativity is about."

— Ed Catmull, Creativity, Inc. (2014)

실패한 제품에서 답을 찾은 창업가만이, 두 번째 기회를 얻는다.

파이브락스 — 실패 속에서 발견한 자산

파이브락스(5Rocks)의 시작은 명확하지 않았다. 원래 이름은 아블라컴퍼니. 스마트폰 시장이 막 열릴 무렵, 이 팀은 식당 예약 앱, 설문조사 앱 등 몇 가지 B2C 앱을 만들어냈지만 특별히 주목받지는 못했다. 아이디어도, 시장도 선명하지 않았다. 몇 번의 시도가 모두 실패로 끝났고, 결국 창업팀은 질문을 바꾸기로 했다.

"우리가 잘하는 건 뭘까?"

그들은 의외의 자산을 떠올렸다. 여러 앱을 만들며 내부적으로 써왔던 자체 개발용 '앱 분석도구'였다. 앱의 사용자 이탈률, 화면별 체류시간, 이벤트 전환 등을 시각화해주는 도구였는데, 이들이 직접 써보면서 성능을 다듬어왔던 것이었다. 마침 당시엔 모바일앱 전용 분석툴 시장이 태동하던 시기였고, 글로벌 수준에서 쓸만한 제품이 거의 없었다.

"이걸 시장에 내놓아보면 어떨까?" 그 직후, '파이브락스'라는 이름의 분석도구를 제품화해 기업 고객에게 팔기 시작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사용자 이벤트 기반 분석, 실시간 퍼널 시각화 기능 등에서 경쟁 제품을 능가했다. 일본의 GREE, 미국의 텔레비전 네트워크 업체 등 글로벌 고객들이 도입했고, 2014년에는 샌프란시스코 기반의 유니콘 스타트업 탭조이(Tapjoy)에 매각되었다. 시장을 바꾼 것이 아니라, 시장의 바깥에서 찾은 해법으로 살아남은 사례였다.

인스타그램 — 기능을 지웠더니 보였던 것

더 극적인 사례는 인스타그램(Instagram)이다. 케빈 시스트롬(Kevin Systrom)과 마이크 크리거(Mike Krieger)가 처음 만든 것은 '버븐(Burbn)'이라는 위치 기반 소셜 서비스였다. 사용자가 위치를 체크인하고 사진을 공유하면 포인트를 얻는 복잡한 앱이었다. 하지만 사용자들의 행동 패턴을 분석해보니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사람들은 위치 공유보다 사진 공유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두 창업자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버븐의 모든 기능을 제거하고 사진 공유 기능만 남겼다. 그리고 이름을 '인스타그램'으로 바꿨다. 2010년 10월 6일 출시 첫날, 2만 5천 명이 다운로드했다. 2년 뒤 페이스북(Facebook)이 약 10억 달러에 인수했다.1

슬랙 — 게임 실패에서 탄생한 협업 도구

많은 스타트업과 대기업들이 협업도구로 쓰고 있는 슬랙(Slack)을 개발한 회사는 원래 온라인 게임 'Glitch'를 만들던 타이니 스펙(Tiny Speck)이라는 실리콘밸리의 작은 스타트업이었다. 하지만 게임 개발은 계속 난항을 겪었다. 그런데 팀 내부에서 소통하기 위해 만든 메신저 도구가 예상외로 유용했다.

"우리끼리만 쓰기 아깝다. 이걸 사업 아이템으로 만들어보자."

2013년 글리치 개발을 중단하고 내부 메신저를 발전시켜 슬랙을 출시했다. 런칭 첫날 8천 명이 가입했고, 이후 전 세계 수백만 기업이 사용하는 협업 도구가 되었다. 2020년에는 세일즈포스(Salesforce)가 약 277억 달러에 슬랙을 인수했다.2

피봇의 핵심은 고집이 아니라 유연성이다. 시장이 원하는 것과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이 만나는 지점을 찾는 것이다. 파이브락스는 자신들의 기술적 강점을, 인스타그램은 사용자의 진짜 니즈를, 슬랙은 팀의 문제 해결 능력을 발견했다.

같은 교훈, 거대한 조직에서도

2000년대 후반, 미 공군은 여러 개발 프로젝트가 실패하면서 무기체계 투자에서 심각한 낭비가 반복되고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 국방성은 '포트폴리오 기반 전환(Portfolio-based Pivot)' 전략을 도입했다. 단일 무기 프로그램의 실패를 인정하는 대신, 유사한 기술·목적을 가진 여러 R&D 프로젝트를 묶어 공통 자산을 식별하고, 실패한 사업의 잔해에서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적극 추출한 것이다.

특히 공군의 JSF(Joint Strike Fighter, 차세대 전투기) 프로그램에서는 두 기종, 록히드 마틴(Lockheed Martin)의 X‑35와 보잉(Boeing)의 X‑32가 경쟁했다. 결국 X‑35가 선정되어 F‑35로 발전했지만, X‑32 역시 전투기 설계, 엔진 배치, STOVL(수직이착륙) 시스템에 대한 실험 데이터를 대량 확보하는 데 기여했다.3

비록 공식적인 기술 이전은 없었지만, 이러한 실패 프로젝트의 실험 결과가 F‑35 개발 전략에 간접적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존재한다. 단일 프로젝트의 승패보다 중요한 건, 포트폴리오 전체에서 기술 자산을 회수하고 축적하는 시스템이었다. 실패를 해도, 남기는 게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패 속에서 가져갈 수 있는 것

실패를 대하는 방식이 회사의 미래를 결정한다. 파이브락스는 실패한 앱에서 배운 분석도구로 시장을 열었고, 미 공군은 실패한 무기개발에서 얻은 기술을 새로운 무기체계로 전환했다. 둘 다 동일한 질문에서 출발했다.

"우리가 실패 속에서 가져갈 수 있는 건 무엇인가?"

질문이 바뀌어야 방향이 바뀐다. 그 방향이 살아남는 길이 된다.

노트

피봇(pivot)이란?

피봇은 새로운 성장을 위해 기존에 하던 사업을 접고 새로운 사업을 시도하거나, 비즈니스 모델을 B2C에서 B2B로 바꾸는 것처럼 변화를 주는 것을 말한다. 스타트업의 99%가 거쳐 가는 단계다. 처음 만든 제품이나 서비스로 곧장 성공하는 스타트업은 드물다.

주의해야 할 점은, 단지 다른 시장이 더 좋아 보인다든지, 시장 흐름이 바뀐다는 이유만으로 팀이 아무런 경쟁력과 전문성도 없는 방향으로 나아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피봇은 어디까지나 성장을 위한 계획된 방향수정이고, 팀의 핵심 경쟁력이 더 강화되는 방향으로 바꾸어야 성공한다.

노키아(Nokia)는 1900년대 중반만 해도 자동차 타이어나 플라스틱 용기 같은 잡화를 만들었지만, 휴대폰 시장의 잠재력을 알아본 후에는 모든 사업을 철수하고 휴대폰 사업에 집중했다. 오늘날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YouTube) 또한 원래는 데이팅 서비스로 출발했다가 피봇에 성공한 대표적 사례다.

김사랑 대표는 온라인으로 구두를 살 때 겪는 사이즈 문제, 신었을 때 편한지 알기 어려운 불안감, 그리고 교환과 환불에서 겪는 불편함을 해결하고자 '트라이문'을 창업했다. 처음에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 구글에서 운영하는 코워킹 스페이스인 캠퍼스 서울의 카페에서 일했다. 매일 아침 팀원들과 카페에 와서 좋은 자리를 잡고 저녁에 문 닫을 때까지 제품을 설계하고, 사업계획서를 쓰고, 파트너들과 미팅을 했다.

처음에는 트라이문의 직원이 직접 고객을 방문해서 발 치수를 재고 디자인을 결정한 후 제작해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불과 두 달이 지나지 않아 실패로 돌아갔다. 직원들이 일일이 고객을 방문하는 것도 시간과 비용이 드는 문제였고, 주문제작에서 배송까지 2주 이상 소요되는 점 때문에 고객들의 불평이 있었다. 회사 자금은 점점 줄어들었고, 피보팅할 수 있는 기회는 몇 번 없었다. 트라이문은 주문제작 및 판매방식을 크게 바꾸어야 했다. 김사랑은 그 이후에도 여러 번 사업모델을 바꾸고, 타깃 고객을 더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제작과 유통 과정을 꼼꼼히 챙겼다. 직원 수도 크게 늘리지 않았다. 창업한 지 2년이 되지 않아 월매출 3억 원으로 성장시켰다.

변화는 피할 수 없다. 피할 수 없다면, 거기서 무엇을 배울지를 선택할 수는 있다. (실패를 다시 시장으로 가져오는 더 큰 흐름은 3장 〈성공은 첫 번째에 오지 않는다〉에서, 피봇 타이밍을 설계하는 조직적 리듬은 5장 〈중요한 결정은 수요일에〉에서 이어진다.)

참고 문헌

  1. Wikipedia contributors. "Instagram." Wikipedia. 케빈 시스트롬과 마이크 크리거가 위치 기반 체크인 앱 Burbn에서 사진 공유 중심으로 피봇. 2010년 출시 후 2012년 페이스북에 10억 달러에 인수.
  2. Wikipedia contributors. "Slack Technologies." Wikipedia. 스튜어트 버터필드의 게임 스튜디오 Tiny Speck(Glitch)가 실패로 종료된 후 내부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Slack으로 피봇. 2019년 NYSE 직상장.
  3. Tyler Rogoway. "Why Boeing's X‑32 Lost to the F‑35 Stealth Fighter." The War Zone, 2020. 보잉 X‑32와 록히드 마틴 X‑35의 JSF 경쟁에서 X‑35의 모듈식 설계가 미 국방부 평가 기준에 더 잘 맞았던 이유를 테스트 파일럿 관점에서 설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