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 최신 순으로
"변하지 않는 것은 항상 변한다는 사실뿐이다."
— 살림 이즈메일(Salim Ismail), 《익스포넨셜 오거나이제이션》 중에서
"Today the only constant is change."
— Salim Ismail, Exponential Organizations (2014)
일은 시간의 순서를 거슬러야 편하다.
시간은 앞으로 흐른다. 하지만 일은 거꾸로 해야 더 효율적이다. 특히 '시간이 붙는 정보'는 최신순으로 정리하는 것이 기본이다. 오름차순은 물리학의 법칙이지, 문서 정리의 원칙이 아니다.
영수증은 맨 위에 쌓아라
가장 대표적인 예가 영수증 처리다. 나는 영수증을 책상 서랍에 둔 작은 상자에 보관한다. 방금 받은 영수증을 맨 위에 올려놓기만 하면 끝이다. 하지만 오래된 영수증이 가장 위에 있다면? 상자를 꺼내고, 영수증을 모두 꺼내고, 새 영수증을 맨 아래 넣은 뒤, 다시 차례대로 쌓고 서랍에 넣고 닫아야 한다. 쓸데없는 작업이 네 번이나 더 생긴다. 영수증은 무조건 최신순으로 쌓아야 덜 귀찮다.
회의록도 거꾸로 써라
회의록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문서는 맨 마지막 문단에 이어서 쓰지만, 회의록처럼 날짜가 중요한 문서는 거꾸로 정리해야 한다. 그래야 문서를 열었을 때 가장 최근 회의가 먼저 보인다. 예전엔 나도 연대기 순으로 회의록을 써서, 지난주 회의록을 확인하려면 끝까지 스크롤해야 했다. 지금은 최신 회의 내용을 맨 위에 쓰고, 그 아래에 누적해 나간다. 읽기도, 정리하기도 훨씬 낫다.
같은 원리가 개발팀의 체인지로그(changelog)와 릴리스 노트에도 적용된다. 'Keep a Changelog' 같은 업계 표준도 "가장 최신 릴리스를 맨 위에" 두도록 권장한다.1 GitHub, GitLab 등 대부분의 플랫폼도 커밋을 역순으로 보여준다.
회사 소개서도 최신 먼저
회사 연혁도 예외는 아니다. 100년 된 기업이라면 창립 연도를 강조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최신 정보가 더 중요하다. 특히 제품 출시, 투자 유치, 채용 공고 같은 항목은 독자에게 최근 소식부터 보여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그런데도 아직도 많은 회사 소개서가 "2019년 창업, 2020년 법인 전환…" 이런 식으로 시작한다. 아무도 거기까지 읽지 않는다. 독자가 궁금한 건 "지금 당신들은 어디까지 왔나"이지 "언제 창업했나"가 아니다.
관심순으로, 시간순이 아니라
시간을 정리할 때는 항상 묻자. 지금 이 문서의 독자는 무엇을 가장 먼저 알고 싶을까? 문서에 날짜가 있다면, 시간순이 아니라 관심순으로 배치하라. 그게 바로 읽는 사람을 위한 정리다. (같은 원리를 투자자용 회사 소개서에 적용하는 법은 6장 〈잘나가는 회사소개서〉에서, 회의록 작성 타이밍 자체의 설계는 5장 〈회의〉에서 이어진다.)
참고 문헌
- Olivier Lacan. "Keep a Changelog." keepachangelog.com, 2014–. 소프트웨어 프로젝트의 changelog 작성 표준 — 최신 버전이 맨 위, 기능 추가/변경/삭제 구분, semver 원칙과 결합. 버전 1.1.0이 현재 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