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 용기
"운명은 스스로 결정하는 거야. 단지 그것을 받아들일 용기가 필요할 뿐이지."
— 메리다(Merida) 공주, 영화 《메리다와 마법의 숲(Brave)》 중에서
"Our fate lies within us. You only have to be brave enough to see it."
창업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런데 진짜 용기는 창업 '이후'에 필요하다. 회사의 방향을 정할 때, 제품개발 계획을 세울 때, 누군가를 내보내야 할 때, 투자제안을 거절할 때, 매번, 매 순간이 선택이고 싸움이다. 리더는 결국 '이건 해야 한다', '이건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해야만 한다. 남의 눈치보다 자신과 팀의 운명을 먼저 책임져야 한다.
말하지 못한 한 마디의 대가
알파벳(Alphabet)의 에릭 슈미트(Eric Schmidt) 전 회장은 이렇게 회고했다. "몇 년 전 주주간담회에서 구글의 미래전략을 '모바일 퍼스트(Mobile First)'라 밝혔을 때, 속으로는 '모바일 온리(Mobile Only)'라고 말해야 한다고 믿었지만 차마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 지금은 '모바일 온리' 시대가 되었고 이미 그것을 넘어서고 있다."
나는 2011년, 트레인시티라는 웹게임으로 전 세계 1,000만 명의 유저를 모았다. 온 팀이 페이스북(Facebook) 소셜게임에 올인했다. 하지만 나는 확신했다. 모바일 소셜게임 시장이 온다. 나는 모든 자원을 모바일로 돌리자고 주장했다. 반발이 거셌다. "우리는 웹게임 회사다, 모바일은 우리 일이 아니다." 나는 여러 가지 분석과 직관으로 확신했지만, 동료들의 거센 반발에 더 밀어붙이지 못했다. 결국 우리는 다음 흐름을 놓쳤고, 나는 값비싼 대가를 치렀다. 1년 뒤 카카오게임하기가 생겨났고, 그 플랫폼 위에서 국민게임 애니팡을 비롯한 수많은 성공스토리가 불과 몇 달 만에 생겼다. 돌이켜보면, 그 순간 웹을 접고 모바일로 올인해야 했던 거다. 한 번 밀어붙이지 못했던 용기 부족 때문에 미래를 잃었다.
넷플릭스: DVD를 버린 결단
넷플릭스(Netflix)는 1997년 DVD 우편 대여 서비스로 시작했다. 2007년 CEO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는 위기를 감지했다. 인터넷 속도가 빨라지고 있었고, DVD 시장은 곧 한계에 부딪힐 게 분명했다.
리드는 스트리밍으로의 전환을 결심했다. 하지만 회사 내부는 거센 반발에 휩싸였다. 당시 넷플릭스의 매출 95%가 DVD 사업에서 나왔다. 2011년, 그는 과감하게 DVD와 스트리밍을 완전히 분리했다. 'Qwikster'라는 신사업을 만들며 기존 DVD 고객을 분리하자, 사용자 반발과 주가 폭락이 몰려왔다. 60일 만에 80만 명의 유료 구독자가 이탈했다.1
결국 리드는 Qwikster를 철회하고, 대신 스트리밍 중심 사업으로의 피벗을 더욱 가속화한다. 이후 넷플릭스는 2013년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를 시작으로 오리지널 콘텐츠 시장을 주도하며 글로벌 미디어 업계의 판을 뒤집었다. 리드 헤이스팅스는 후에 이렇게 말했다. "모두가 두려워할 때, CEO는 더 빨리 결단해야 한다. 미루는 순간 기회도, 생존도 사라진다."
해고도 용기다
채용과 해고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개발자를 채용했다. 하지만 몇 달 만에 잘못 뽑았다는 걸 알았다. 개발이 멈출까 봐, 분위기가 나빠질까 봐, 나는 시간을 끌었다. 해고를 미뤘다. 그 사이 팀은 망가졌다. 나쁜 분위기는 걷잡을 수 없이 퍼졌다. 해고는 정말 쉽지 않은 일이지만, CEO가 나서지 않으면 아무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창업가는 용기로 하루를 시작해 용기로 하루를 끝낸다. 겁쟁이는 결코 회사를 키울 수 없다. 모든 결단 앞에는 두려움이 있다. 하지만 회피는 더 큰 실패를 부른다. 가장 두려운 순간에, 진짜 창업가의 용기가 드러난다. 오늘 미룬 결정이 내일의 해고를 만든다. (해고의 구체적인 방법론은 4장 〈해고〉에서, 용기 있는 결단을 위한 비전 설계는 4장 〈비전〉에서 다룬다.)
참고 문헌
[1] "넷플릭스 (Netflix)",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Netfli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