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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 실패중력장

"얼마나 세게 때리느냐가 중요한 게 아냐. 얻어맞고도 얼마나 계속 버틸 수 있느냐가 중요한 거지."

— 록키(Rocky), 영화 《록키 발보아(Rocky Balboa)》 중에서

"It ain't how hard you hit. It's how hard you can get hit and keep moving forward."

"삶이 지칠 때는 뭘 해야 하는지 알아? 계속 헤엄치는 거야!"

— 도리(Dory), 영화 《니모를 찾아서(Finding Nemo)》 중에서

"When life gets you down, do you wanna know what you've gotta do? Just keep swimming."

스타트업을 시작하면 끊임없이 실패한다. 출근하자마자 맞닥뜨리는 것은 엊저녁부터 쌓여 있는 고객불만 신고들, 갑자기 퇴사 의사를 밝힌 직원, 얼마 전에 피칭한 투자자로부터 온 투자거절 이메일, 늦어지는 제품개발 일정… 뭐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게 없는 나날이다.

돈이 없어서, 제품개발에 실패해서, 동업자가 배신해서, 믿었던 직원이 나가서, 성사될 줄 알았던 계약이 체결 직전에 취소되어서, 투자유치에 실패해서, 갑자기 규제가 바뀌어서, 미국이 금리를 올려서, 전 세계 오일 가격이 폭등해서… 실패의 이유를 들자면 끝도 없다. 심지어 갑자기 비가 오거나 눈이 와서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제대로 된 창업가라면 비가 오는 것도 내 탓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다.

나는 이것을 '실패중력장'이라 부른다. 실패중력장은 매일매일, 끊임없이, 예상치 못한 때, 생각보다 큰 힘으로 다가온다. 창업가의 일은 이 중력장을 이겨내는 것이다. 다양한 리스크를 최대한 미리 예상하고, 여러 가지 대비를 하는 것이다. 조직은 가볍고, 민첩하고, 단단해야 한다. 교과서에 나오는 문제는 오히려 쉽다. 진짜 무서운 건, 세상에 한 번도 없던 문제다. 그런 상황은 책으로는 못 배운다. 매일매일 새로운 문제에 도전해야 한다.

아이디어가 아니라 사명감이 버틴다

그래서 나는 창업가들에게 항상 이렇게 말한다. "아이디어나 제품에 집착하지 마라." 아이디어는 실패한다. 제품도 실패한다. 아이디어와 제품개발에 매진하는 팀은 오래 못 간다. 하지만 사명감이 있는 팀은 살아남을 수 있다. 강력한 팀은, 실패를 견디는 구조물이다. 사명과 비전을 공유하는 팀은 10번, 20번, 아니 100번의 실패도 버틸 수 있다.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이끄는 스페이스X(SpaceX)는 회수하여 재사용이 가능한 우주로켓을 만드는 회사다. 발사 때 쏘아올린 로켓이 높은 고도에서 분리된 후 비행이 끝나면 다시 정해진 착륙장으로 무사히 착륙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그렇게만 한다면 로켓을 재사용할 수 있으므로 위성을 우주로 띄우는 데 드는 비용이 급격히 낮아진다. 그들에게는 지구의 중력장 외에도 수천 가지 실패중력장이 끌어당겼다. 발사 후 로켓을 다시 지상에 착륙시키겠다는 미친 목표. 그들은 4년 동안 8번 실패했다. 쏘아올렸지만 추락했고, 불탔고, 엉뚱한 데 떨어졌다. 하지만 그들은 버텼다. 왜? "인류를 화성으로 이주시키겠다"는 사명감 때문이다.1 기술보다 강력한 건 사명이다.

실패를 숨기지 말고 정면으로 맞서라

2019년, 단 한 줄의 설정 오류로 세일즈포스(Salesforce)를 이용하는 전 세계 고객의 CRM 기능이 마비됐다. 아마존(Amazon), 시스코(Cisco), 시만텍(Symantec), 수십만 개 기업의 업무가 멈췄다. 창업자 마크 베니오프(Marc Benioff)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고객과의 신뢰만큼은 끝까지 책임지겠다." 이후 세일즈포스는 전사적 품질 시스템을 갈아엎고, 고객과 내부 직원에게 모든 진행 상황을 실시간 공개했다. 마크는 회복 후 전사 타운홀에서 "Trust is our #1 value"를 다시 새겼다.2 실패중력장을 숨기지 않고, 정면으로 맞선 것이다.

2024년에도 비슷한 사건이 벌어졌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CrowdStrike)의 보안 업데이트 하나가 전 세계 850만 대의 윈도우 PC를 동시에 멈추게 만들었다. 항공사, 은행, 병원 시스템이 일제히 마비됐다. CEO 조지 커츠(George Kurtz)는 24시간 내에 원인을 공개하고, 복구 도구를 배포했다. 실패중력장의 규모는 달라졌지만, 대응 원칙은 같았다 — 숨기지 말고, 즉시 행동하라.3

끊임없이 우리를 실패의 수렁으로 잡아당기는 실패중력장에 맞서는 유일한 길은 굳은 사명감이다. 일론 머스크가 "인류를 화성으로 이주시키자"고 외치며 팀원들에게 사명감을 주문했듯, 스스로에게 매일매일 주문하는 사명감은 나를 실패중력장으로부터 구한다. (실패를 견디는 팀을 만드는 방법은 4장 〈가족 같은 회사〉에서, 사명감의 구체적 형태인 미션·비전은 4장 〈미션〉〈비전〉에서 이어진다.)

참고 문헌

[1] "SpaceX",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SpaceX

[2] "Salesforce",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Salesforce

[3] "2024 CrowdStrike incident",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2024_CrowdStrike_incid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