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 좋아하는 일
"내 목표는 단순히 생존이 아니라, 제대로 된 삶이야!"
— 캡틴(Captain), 영화 《월-E(Wall-E)》 중에서
"I don't want to survive. I want to LIVE."
창업하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어서 좋다. 직장인일 때는 상사의 눈치, 회사의 출퇴근 규정, 인사 평가에 눌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려 해도 시간과 에너지를 내 뜻대로 쓰기 어려웠다. 하지만 창업하고 나면 내 시간은 오롯이 내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창업의 절반일 뿐이다. 그리고 많은 창업자들이 착각하는 부분이다. 분명 창업하면 좋아하는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내가 좋아하는 한 가지 일을 하려면, 내가 싫어하는 열 가지 일을 감당해야 한다. 그리고 그 열 가지 중 다수는 누구도 대신 해주지 않는다.
나는 창업 초기에 영수증 처리를 도맡았다. 이유는 단순하다. 팀원들이 그 일을 싫어했기 때문이다. 나는 몇 주에 한 번씩 구두상자를 열고, 하나하나 풀칠해가며 정리했다. 내역을 적고, 회계사무소에 넘겼다. 그 일이 좋았던 적은 한 번도 없지만, 누군가는 해야 했고, 그 누군가는 당연히 나였다. 창업자란 그런 일부터 하는 사람이다.
좋아하는 일이 아니라 고객이 좋아하는 일
또, 내가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야 한다. 유튜브(YouTube)의 창업자 스티브 첸(Steve Chen)과 채드 헐리(Chad Hurley)는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를 만들고 싶어 했다. 처음에 그들이 만든 것은 소개영상을 올리면 마음에 드는 상대를 찾는 서비스였다. 하지만 고객들은 데이트보다 재미있는 동영상을 올리고 싶어 했다. 스티브 첸은 "데이트 따위는 잊어버려. 우냥 아무 동영상이나 공유하는 서비스로 만들면 돼"라고 말하고는 지금의 유튜브 초기버전을 만들었다.1
그런 점에서 나는 쿠팡(Coupang)의 김범석 대표를 존경한다. 2014년, 로켓배송 서비스를 직접 검증하기 위해 그는 고객의 집 앞까지 배송을 해봤다. 택배기사로 위장한 게 아니다. 진짜 배송차에 박스를 싣고 직접 운전했다. 어느 고객은 쿠팡 창업자인 줄도 모르고 그에게 "이거 어제보다 더 빠르네요, 고맙습니다"라고 말했다. 그 경험 하나가 '로켓배송은 다음날 무조건 도착해야 한다'는 강박으로 바뀌었다. 배송 속도와 정확도는 이후 쿠팡의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 되었다.2
미국의 도어대시(DoorDash)의 공동 창업자 토니 쉬(Tony Xu)는 창업 초기에 "창업자는 골목을 뛰어야 한다"며 직접 배달원으로 나섰다. 앱을 만들고 자금을 유치하는 동시에, 저녁마다 자전거에 음식을 싣고 고객 집 앞에 도착했다. 빗속에서 미끄러지고, 엘리베이터 없는 아파트에서 5층까지 뛰어오르며, 그가 확인한 것은 하나였다. "배달은 결국 신뢰다." 도어대시는 앱 개발보다 먼저, '현장 최적화'에 성공했다.3
싫은 일을 껴안는 것이 사랑이다
진짜 창업자는 고객이 뭘 원하는지를 뼛속까지 이해하고, 그걸 위해 자신이 원치 않는 일을 가장 먼저 선택하는 사람이다. 그런 창업가만이 '내가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할 수 있다.
"내 사업"을 하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어서 좋다. 하지만 좋아하는 이 일을 오래 하고 싶다면, 싫어하는 일마저 기꺼이 해야 한다는 걸 안다. (고객의 피드백을 어떻게 발견하는지는 2장 〈관찰하고 공감하기〉에서 다뤘다. 싫은 일까지 감당하는 용기는 4장 〈용기〉에서 이어진다.)
참고 문헌
[1] "YouTube — Founding",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YouTube#Founding
[2] "쿠팡 (Coupang)", Wikipedia (한국어). https://ko.wikipedia.org/wiki/쿠팡
[3] "DoorDash",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DoorD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