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 일과 휴식
"나에게 비즈니스란 수트를 입고 주주들을 기쁘게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내 자신과 나의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것처럼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다."
— 리처드 브랜슨(Richard Branson), 버진 그룹(Virgin Group) CEO
"To me, business isn't about wearing suits or pleasing stockholders. It's about being true to yourself, your ideas and focusing on the essentials."
워라밸? 창업가에겐 사치다. 일이 곧 삶이고, 삶이 곧 일이다. 창업가가 일과 놀이를 구분한다면 이미 게임에서 진 거다. 창업가는 일 자체가 즐겁다. 자기가 벌인 일이니 당연히 즐거울 수밖에 없지 않은가.
하지만 "24시간 일만 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창업가에게 진짜 필요한 건 시간을 더 쓰는 게 아니라, 회복할 줄 아는 능력이다. 체력과 마음 상태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체스키: 창업자 모드로 돌아가다
브라이언 체스키(Brian Chesky)는 에어비앤비(Airbnb)를 창업하고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2019년 IPO를 앞두고 지쳐있던 어느 날, 그는 악몽을 꿨다. 자신이 없는 사이 회사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는 꿈. 사실 회사는 100개가 넘는 팀, 수백 명의 PM, 무한한 A/B 테스트를 하며, 앱은 제자리고, 비용만 폭증하고 있었다.
다음 날 체스키는 결단했다. 조직 구조를 다시 짜고, 핵심에 집중했다. '창업자 모드(Founder Mode)'로 돌아가 미시적 관리를 시작했다. 디테일에서 다시 시작한 것이다. 남들은 마이크로매니징이라 비판했지만, 그는 버티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고백했다.1
잭 도시: 명상으로 마음을 재프로그래밍하다
잭 도시(Jack Dorsey)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에너지를 관리했다. 트위터(Twitter)와 스퀘어(Square) 두 회사를 동시에 운영하면서 그는 하루 두 시간씩 명상을 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5마일을 걷고, 미얀마에서는 10일간 침묵 수행을 하기도 했다. 그는 "고통을 피하지 않고 관찰하니 마음이 재프로그래밍됐다. 이 루틴이 없었으면 진작 무너졌을 것이다"라고 말했다.2
체스키와 도시는 방법이 달랐지만, 본질은 같았다. 자신을 지키기 위한 시스템이 필요했다.
환경을 바꾸는 것이 가장 강력한 리셋이다
나는 머릿속이 복잡해지면 서울역으로 간다. 부산행 KTX 표를 끊고 왕복 5시간을 앉아있는다. 기차 안에서는 누구도 나를 방해하지 않는다. 전화도 안 오고, 메신저도 닫고, 와이파이도 끊는다. 다섯 시간 동안 집중해 물고 늘어지면 이상하게 한두 가지는 풀린다.
토스(Toss)는 2021년 남해에서 2주간 워케이션을 시범 운영했다. 서울을 떠난 팀원들은 "더 잘 집중됐다", "새로운 영감이 샘솟았다"고 말했다. 놀랍게도 2주 동안 제품을 2개나 출시했다. 공간을 바꾸니 생각이 바뀌었고, 생각이 바뀌자 결과도 달라졌다.3
중요한 결정은 여유있을 때 하라
내 경험상 최악의 의사결정은 언제나 가장 바쁠 때 나왔다. 가장 바쁠 때일수록, 여유를 남겨야 한다. 그 여유가 없을 때, 사람은 가장 나쁜 결정을 내린다. 숨을 고르고 다시 보면 해법이 보인다. 진짜로 중요한 결정은, 정신이 온전할 때에 해야 한다. (에너지 관리의 반대편인 '몰입'은 4장 〈좋아하는 일〉에서, 단절과 집중의 관계는 4장 〈거절〉에서 다뤘다.)
참고 문헌
[1] Paul Graham. "Founder Mode." paulgraham.com, September 2024. https://paulgraham.com/foundermode.html
[2] "Jack Dorsey",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Jack_Dorsey
[3] "토스피드 — 워케이션 후기." Toss Feed, 2021. https://toss.im/tossfeed/article/workation-at-namh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