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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 유니콘과 바퀴벌레

"미래는 종착역이 아니에요. 미래는 방향입니다."

— 에드 캣멀(Ed Catmull), 픽사

"The future is not a destination — it is a direction."

누구나 유니콘을 꿈꾸지만, 현실은 바퀴벌레다.

스타트업 세계에는 두 종류가 있다. 투자자에게 사랑받아 1조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유니콘. 그리고 신용카드를 돌려 막으며 하루하루 살아남는 바퀴벌레. 당신은 유니콘이 되고 싶은가? 좋다. 누구나 그렇다. 하지만 그 전에 물어야 한다. 당신은 바퀴벌레처럼 버틸 수 있는가?

시리얼로 연명한 창업자들

2008년 덴버(Denver)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는 에어비앤비(Airbnb)에게는 '신이 준 기회'였다. 당시 대선 후보였던 버락 오바마(Barack Obama)를 보기 위해 10만 명 넘는 사람들이 덴버를 찾았지만, 시내 호텔에는 불과 3만여 개의 방이 있을 뿐이었다.

브라이언 체스키(Brian Chesky)와 조 게비아(Joe Gebbia)는 이 기회를 어떻게 극대화할 수 있을까 고민했고, 에어비앤비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아침식사로 먹을 시리얼을 팔기로 했다. 포장박스에 '오바마 오(Obama O's)'와 '캡틴 맥케인(Cap'n McCains)'이라 적힌 시리얼을 한 박스당 무려 40달러에 팔아, 전당대회 기간 동안 2만 달러 넘는 매출을 올리고 신용카드 빚을 일부 갚았다.1

브라이언은 우연히 알게 된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에 지원해, 파트너이자 벤처캐피털리스트인 폴 그레이엄(Paul Graham)과 인터뷰했다. 남는 방을 낯선 여행객에게 단기로 빌려준다는 아이디어에 공감하지 않았던 폴이 미팅을 마치고 방을 나서려 할 때, 브라이언과 조는 시리얼 박스를 선물로 주었다. 폴은 감탄하며 이렇게 외쳤다. "당신들은 마치 바퀴벌레 같네요! 어떻게든 살아남는 방법을 찾는 걸 보니!"

수레를 끌던 전직 개발자

영하 10도, 홍대 거리. 손수레에 포스터를 붙이고 다니는 남자가 있었다. 전직 LG전자 스마트폰 개발자, 최혁재. 그가 생각했던 아이디어는 사람들이 스마트폰의 배터리를 공유하면서 교환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였다. 그 아이디어로 그는 LG전자를 그만두고 '만땅'이라는 회사를 창업하고 노점상이 되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붐비던 홍대거리에서 그는 "배터리 교환해드립니다!"라고 외치며 배터리를 실은 수레를 끌고 다녔다. 사람들은 미친놈 보듯 했다. 첫날 교환한 배터리는 고작 2개. 두 달 동안 고객이 교환한 배터리는 3,000개, 매출 500만 원뿐이었다.

본엔젤스(BonAngels)의 강석흔 파트너는 어느 날 최혁재가 보낸 이메일을 발견했다. 카페에서 만난 최혁재가 이미 홍대 길거리에서 수레를 끌고 다니며 배터리를 교환해주고 있다고 이야기했을 때, 강석흔 파트너는 "이걸 진짜로 하고 있다고요?"라고 되물었다. 강석흔은 '만땅'이라는 실패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최혁재라는 사람이 앞으로 계속할 사업에 투자한 것이었다. 만땅을 접은 후 최혁재가 새로 만든 오디오 라이브 서비스 '스푼(Spoon)'은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얻었다.2

비전은 바꾸지 않는다, 방법만 바꾼다

에어비앤비, 우버(Uber), 슬랙(Slack), 토스(Toss). 이들 모두 처음엔 실패했다. 슬랙은 원래 게임회사였다. 토스는 은행 앱에 밀려 외면받았다. 하지만 그들은 문제를 바꾼 게 아니라, 해결 방식만 바꿨다. 피벗(pivot)은 비전을 바꾸는 게 아니다. 비전을 지키기 위한 전략의 조정일 뿐이다.

바퀴벌레는 두 가지로 살아남는다. 하나는 집요한 동기부여. 다른 하나는 끊임없는 피벗. 동기부여는 단순한 '노력'이 아니다. "이건 꼭 해결해야만 해"라는 비전과 미션이다. 피벗은 실패에서 배우는 기술이다. 실패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지금 당신이 만든 제품은 틀렸다. 다음 것도 틀릴 확률이 높다. 그런데도 계속할 이유가 있는가? 그 이유가 있다면, 당신은 창업할 준비가 된 것이다. 누구나 유니콘을 꿈꾸지만, 현실은 바퀴벌레다. 버틴 자만이 다음 기회를 얻는다. (바퀴벌레 정신의 뿌리인 실패중력장은 4장 〈실패중력장〉에서, 피벗의 원칙은 4장 〈비전〉에서 다뤘다.)

참고 문헌

[1] "에어비앤비 (Airbnb)", Wikipedia (한국어). https://ko.wikipedia.org/wiki/에어비앤비

[2] "스푼 라디오 (Spoon Radio)", Wikipedia (한국어). https://ko.wikipedia.org/wiki/스푼_라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