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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 비전

"문제와 사랑에 빠져라, 해결책이 아니라."

"Fall in love with the problem, not the solution."

창업가는 제품이 아니라 문제에 집착해야 한다. 제품은 실패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에어비앤비(Airbnb)가 시리얼을 팔 수 있었던 이유는 '숙박'이 아니라 '여행 경험'이라는 문제를 붙잡고 있었기 때문이다.1 최혁재가 추위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은 이유는 배터리가 아니라 '모바일 사용의 불편함'이라는 문제에 꽂혀 있었기 때문이다.

제품에 집착하면 죽는다. 비전에 집착하면 산다.

비전을 어떻게 쓰는가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의 짐 콜린스(Jim Collins)와 제리 포라스(Jerry Porras)는 1996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발표한 〈Building Your Company's Vision〉에서 지속가능한 기업의 비전을 두 축으로 정리했다 — 핵심 이념(core ideology)과 상상된 미래(envisioned future).2

핵심 이념은 변하지 않는 축이다. 두 가지로 이루어진다.

  • 핵심 가치(core values): 이 가치가 경쟁에서 불리해지더라도 지킬 것인가? 디즈니(Disney)의 '환상을 창조한다', 3M의 '혁신을 존중한다', 나이키(Nike)의 '혁신적 성취' 같은 것들이다. 다섯 개 이하의 문장으로 짧게 쓴다.
  • 핵심 목적(core purpose): 왜 우리가 존재하는가. "돈을 번다"는 목적이 아니다. 휴렛패커드(HP)의 '인류의 발전에 기술적 기여를 한다', 메리케이(Mary Kay)의 '여성에게 무한한 기회를 준다' 같은 100년짜리 이유다.

상상된 미래는 변화하는 축이다. 여기에도 두 가지가 있다.

  • 10–30년 뒤의 대담한 목표(BHAG — Big Hairy Audacious Goal): 현재 역량으로는 50:50 달성 확률인 수준의 목표. 케네디의 "10년 내 달 착륙", 소니(Sony)의 "일본산 저가품 이미지를 뒤집는다"가 그 예다.
  • 생생한 묘사(vivid description): 목표가 실현된 날의 세상을 구체적으로 그린 문장. 숫자가 아니라 감각이다.

비전의 자기 점검

창업가가 비전을 확인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세 가지 질문이다.

  • 10년 뒤, 우리 회사가 사라지면 세상에서 무엇이 없어지는가?
  • 지금 손을 뗄 수 없는 '그 문제'는 무엇인가? 왜 그것이 하필 우리여야 하는가?
  • 경쟁 상황이 불리해져도, 끝까지 지키고 싶은 원칙은 무엇인가?

에어비앤비가 시리얼 박스를 파는 장면, 스페이스X(SpaceX)가 8번 폭발시키고도 9번째 재도전하는 장면, 토스(Toss)가 수수료 없는 송금을 10년째 밀어붙이는 장면. 이들 모두 제품이 아니라 문제에 집착한 결과다.

스타트업이 살아남는 단 하나의 이유

스타트업이 계속 굴러가는 이유는 '근성'이 아니다. 문제를 진심으로 해결하고 싶다는 동기, 그 하나다. (에어비앤비의 시리얼 일화는 4장 〈유니콘과 바퀴벌레〉에서 자세히 다룬다. 비전이 일상의 판단 기준이 되는 방법은 4장 〈미션〉에서, 장기 상상력 훈련은 4장 〈300년 사업계획서〉에서, 미래 신문 헤드라인을 설계하는 법은 2장 〈10년 뒤, 뉴욕타임스 1면에 당신 회사가 실린다면?〉에서 이어진다.)

참고 문헌

[1] "에어비앤비 (Airbnb)", Wikipedia (한국어). https://ko.wikipedia.org/wiki/에어비앤비

[2] James C. Collins and Jerry I. Porras. "Building Your Company's Vision." Harvard Business Review 74(5), 65–77, September–October 1996. 지속가능한 기업의 비전 구조 — 핵심 이념(core values + core purpose) + 상상된 미래(BHAG + vivid description). Collins Built to Last (1994)와 Good to Great (2001) 연구의 비전 설계 프레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