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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 수익모델은 곱셈이 아니라 거듭제곱

"단순함은 궁극의 정교함이다."

—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

"Simplicity is the ultimate sophistication."

"수익모델은요? 광고 붙일 겁니다."

가장 많이 듣는 대답이다. 그리고 가장 위험한 대답이기도 하다. 초기 창업자들은 돈 버는 구조를 너무 쉽게 본다. 기능을 열두 개쯤 만들어두고 "이제 광고 붙이면 되죠"라고 말한다. 나는 속으로 묻는다. '광고로 돈 벌어본 적 있긴 한가요?'

수익모델은 단순해 보여도 복잡한 생태계 위에서만 작동한다. 초보 창업자는 수익모델을 가정만 하고, 그 구조 속의 인간과 이해관계를 상상하지 못한다. 착각은 언제나 비즈니스모델에서 시작된다.

거래 상대방이 늘어날 때마다 난이도는 거듭제곱

생수를 파는 모델을 생각해보자. 한 병에 천 원 받고 파는 구조다. 고객도, 수혜자도, 돈 내는 사람도 모두 같다. 난이도 2.

이제는 생수를 해변의 목마른 여행객들에게 공짜로 준다고 생각해보자. 대신 돈 쓸 준비가 되어 있는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홍보하고 싶어 하는 광고주의 광고를 물병에 인쇄해서 팔기로 한다. 물을 마시는 사람(수혜자)은 여행객이고, 돈을 내는 사람(구매자)은 브랜드 마케터다. 이제는 둘 다를 만족시켜야 한다. 난이도는 4가 된다. 단순히 곱하기가 아니다. 2의 제곱이다.

한 스타트업은 취향 기반 맛집 추천 서비스를 만들었다. 사용자 만족도는 꽤 높았다. 내가 물었다. "수익모델은 뭔가요?" "광고를 붙일 생각입니다." 나는 다시 물었다. "그럼 유저에게 좋은 식당을 먼저 보여주나요, 아니면 돈을 많이 낸 레스토랑을 먼저 노출하나요?"

이 비즈니스 모델은 최종 수혜자에게 좋은 맛집을 먼저 보여줘야 할지, 아니면 돈을 많이 낸 고객의 광고를 먼저 보여줘야 할지 이해상충에 빠지게 된다. 돈을 많이 내는 레스토랑을 무조건 먼저 보여준다면 유저들은 실망하고 더 이상 이 앱의 맛집추천을 신뢰하지 않게 된다. 이런 이해상충은 플랫폼 경제학에서 '양면 시장(two-sided market)'의 전형적인 설계 오류로 분류된다. 장 티롤(Jean Tirole)과 장 샤를 로셰(Jean-Charles Rochet)는 이 구조가 광고주 쪽에 유리할 때 사용자 이탈이 반드시 발생한다는 걸 이론적으로 증명했다.1

이해충돌을 해소하지 못하면, 수익모델은 무너진다. 유저는 앱을 신뢰하지 않고, 광고주는 돈을 낭비했다고 느낀다.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은, 결국 토끼보다 사냥꾼을 이해하는 일이다.

이제 난이도 8에 도전해보자. 초등학생용 교재를 만든다고 하자. 학생이 사용하고, 선생님이 선택하고, 부모가 돈을 낸다. 세 명이 모두 만족해야 한다. 제품이 아무리 훌륭해도, 셋 중 하나만 설득에 실패하면 매출은 없다. 난이도는 8, 즉 2³이다.

거래 상대방이 늘어날수록 수익모델의 난이도는 곱셈이 아니라 거듭제곱으로 증가한다.

라파: 옷이 아니라 커뮤니티를 팔다

라파(Rapha)는 이 문제를 생태계 통합으로 풀었다. 이 브랜드는 단순히 자전거 옷만 파는 게 아니다. 2015년 'Rapha Cycling Club(RCC)'을 결성한 후, 회원들에게 유료 연회비(연 약 135달러)를 받는다. 대신 전 세계 22개 클럽하우스(Clubhouse)에서 반값 커피, 자전거 대여, 정기 라이딩, 독점 행사, RCC 키트 등을 제공한다. 회원들은 앱과 즈위프트(Zwift) 등 디지털 플랫폼에서도 함께 달리며 서로 연결된다.2

이 구조는 광고와 추천 충돌보다 훨씬 견고하다. 수익모델은 단순히 옷을 팔기보다는 커뮤니티가 먼저 작동하게 만든 다음, 그 안에서 회비·키트 판매·행사 수익을 얻는다. 즉, '고객=회원=수혜자'이므로 난이도는 매우 낮아진다. 거기에 온라인-오프라인 통합 생태계를 구성했기에, 어느 하나가 실패해도 다른 축으로 충분히 수익을 만들 수 있다. 라파는 단순한 D2C 브랜드에서 커뮤니티 기반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서브스택: 광고 없이 직접 받는다

서브스택(Substack)도 같은 길을 다르게 걸었다. 2017년 창업한 이 뉴스레터 플랫폼은 광고를 붙이지 않는다. 대신 작가가 독자에게 월 5달러를 직접 받고, 플랫폼은 거래액의 10%만 가져간다. 광고주를 끼지 않으니 '독자 vs 광고주' 이해상충이 처음부터 없다. 2024년 서브스택의 유료 구독은 500만 건을 넘었고, 상위 작가 10명이 매년 2,500만 달러 이상을 벌었다.3

패트리온: 창작자-팬 직거래 모델

패트리온(Patreon)도 비슷한 원리를 다른 시장에 적용했다. 2013년 창업한 이 플랫폼은 창작자가 팬에게 월 구독료를 받는 구조다. 유튜브(YouTube) 같은 광고 기반 플랫폼이 크리에이터의 수익을 광고주 결정에 의존하게 만드는 반면, 패트리온에서는 크리에이터가 직접 팬에게 청구한다. 2024년 기준 패트리온은 연 약 7억 달러의 크리에이터 결제 규모를 기록했고, 회사는 플랫폼 수수료(5~12%)만 가져간다.4

거래 상대방이 둘이 아니라 하나로 줄어들면, 난이도는 다시 2가 된다. 서브스택의 핵심 디자인 결정은 '광고를 거부하는 것'이었고, 그 한 줄의 결정이 비즈니스모델 전체의 난이도를 결정했다.

작게 시작해서, 생태계를 이해할 때 키워라

많은 창업자들이 어려운 구조를 상상만으로 설계하고 매출이 쉽게 나올 거라 믿는다. 하지만 진짜 수익은 생태계 위에서만 나온다. 처음엔 단순하게 시작하라. 그리고 거래해야 하는 상대방을 하나씩 이해해가면서 조금 더 복잡한 (그리고 더 많은 매출을 가져오는) 수익모델을 테스트하라.

먼저 물 한 병을 팔아라. 그게 안 되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먼저 작게 팔아본다'는 태도는 3장 〈MVP는 제품이 아니라 태도〉에서 더 다룬다. 고객에게 직접 검증받는 방법은 2장 〈고객에게 검증받아라〉에서 이어진다.)

참고 문헌

[1] Jean-Charles Rochet and Jean Tirole. "Platform competition in two-sided markets." Journal of the European Economic Association 1(4), 2003. https://web.mit.edu/14.271/www/rochet_tirole.pdf

[2] "Rapha (sportswear)",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Rapha_(sportswear)

[3] "Substack",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Substack

[4] "Patreon",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Patr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