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 성공은 첫 번째에 오지 않는다
"실패가 계속된다고 두려워할 필요 없어요. 딱 한 번만 성공하면 돼요."
— 드류 휴스턴(Drew Houston), 드롭박스 창업자
"You don't have to worry about every failure. You just have to be right once."
아름다운 와이키키(Waikiki) 해변에는 전 세계 서퍼들이 파도를 타기 위해 몰려든다. 누구는 이제 막 시작한 초보고, 누구는 10년 넘게 매일 바다를 관찰해온 베테랑이다. 서핑을 처음 시작한 사람은 보드 위에 제대로 서기도 어렵다. 수백 번 넘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몇 초 정도 파도를 탈 수 있다. 프로 서퍼들도 다르지 않다. 단 한 번의 멋진 파도를 위해 몇 시간을 기다린다. 너무 작지도, 너무 크지도 않으면서 좋은 파도는 쉽게 오지 않는다. 기다리고, 넘어지고, 또 기다린다.
사람들은 성공한 창업가를 보면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수십 번의 실패 끝에 만들어진 한 번의 성공이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새 날리기 게임 '앵그리 버드(Angry Birds)'는 핀란드 게임사 로비오(Rovio)가 만든 52번째 게임이었다.1
애플 1(Apple I)은 스티브 잡스(Steve Jobs)와 스티브 워즈니악(Steve Wozniak)이 처음 만든 컴퓨터였다. 200대가량 팔렸다.2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곧바로 '리사(Lisa)'라는 신개념 컴퓨터를 만들었다. GUI, 마우스, 멀티태스킹까지 지금의 컴퓨터에 가까운 혁신을 담았다. 하지만 제품명부터 가격, 성능까지 모든 게 시장과 맞지 않았고, 또 처참하게 실패했다.3 지금의 애플(Apple)은 그 실패 위에 쌓은 결과다.
듀오링고: 5번의 방향전환
듀오링고(Duolingo)도 마찬가지다. 초기의 듀오링고는 언어학습 앱이 아니었다. 사용자가 웹페이지를 번역하는 동안 게임처럼 점수를 얻게 하고, 그 데이터로 번역 품질을 높이는 구조였다. 하지만 사용자들은 번역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냥 언어를 배우고 싶다'는 피드백이 반복됐다.
팀은 방향을 완전히 틀었다. 번역은 버리고, 언어학습 자체에 집중했다. 앱의 구조도 완전히 바꿨다. 학습 과정을 게임처럼 구성하고, 경험치를 주고, 하루 학습 성취도를 기록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한동안 사용자는 늘지 않았다. '10분이면 배운다는 영어앱들이 많은데, 굳이 이걸 써야 하냐'는 반응이 많았다.
듀오링고는 포기하지 않았다. 실제 사용자 수천 명을 인터뷰했고, 학습법에 따른 이탈률을 일일이 분석했다. 단어 배열, 보상 방식, 알림 타이밍까지 수백 가지 실험을 반복했다. 그 결과, 사용자의 하루 학습 유지율을 10%에서 60% 가까이 끌어올렸다. 2024년 듀오링고의 월간 활성 사용자는 1억 1,600만 명을 넘었고, 시가총액은 100억 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4
센드버드: 5년의 침묵, 1년의 폭발
센드버드(Sendbird)는 한국인 창업자 김동신이 실리콘밸리에서 시작한 B2B 메시징 API 회사다. '앱 안에 메시지 기능을 넣고 싶어 하는 회사들이 쉽게 개발하도록 하자.' 아이디어는 단순했지만, 실제 수익화는 쉽지 않았다. 2013년 창업 이후 5년 넘게, 하루 수천 개의 메시지를 처리하며 고객과 기능을 함께 설계했다. UI 커스터마이징, 대용량 메시지 처리, 보안, 규제 대응까지. 고객이 원하는 건 하나도 빠짐없이 만들어줬다. 그런데도 세상은 조용했다.
그러다 2020년, 갑자기 세상이 뒤집혔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모든 것을 비대면으로 바꾸었다. 병원, 교육, 쇼핑, 게임, 커뮤니티까지. 모든 회사들이 웹이나 모바일에서 직원이나 고객과 원격으로 소통할 수 있는 채팅 기능을 찾기 시작했다. 센드버드는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팬데믹이 시작되자, 하루 수천·수만 건이던 메시지는 수백만·수천만 건으로 뛰었다. 대형 병원부터 헬스케어, 이커머스, 핀테크 기업들이 줄줄이 센드버드를 도입했다. 월 수억 건의 메시지를 처리하며, 2021년 시리즈 B 1억 달러 투자와 함께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했다.5
센드버드는 갑자기 뜬 게 아니다. 수년 동안 파도를 관찰했고, 넘어지며 보드를 다듬었다. 그리고 때가 왔을 때, 누구보다 빨리 노를 저었다.
중요한 건 성공의 횟수가 아니다. 단 한 번의 성공이면 된다. 좋은 파도는 기다리는 자에게 온다. 좋은 창업도 마찬가지다. (파도가 오기까지의 '때'를 잡는 문제는 1장 〈운과 때〉에서 다뤘다. 파도를 기다리는 동안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2장 〈원대한 아이디어보다 하찮은 실행이 낫다〉에서 이어진다.)
참고 문헌
[1] "앵그리 버드 (Angry Birds)",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Angry_Birds_(video_game)
[2] "Apple I",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Apple_I
[3] "Apple Lisa",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Apple_Lisa
[4] "Duolingo",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Duolingo
[5] "About Sendbird" — company page covering 2013 founding and 2021 Series B unicorn round. https://sendbird.com/ab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