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 경쟁은 축복이다
"어리석은 사람은 친구에게서도 한 가지를 배우지 못하지만, 현명한 사람은 적에게서도 배우려고 노력한다."
— 니키 라우다(Niki Lauda), 전설의 카레이서
"A wise man can learn more from his enemies than a fool from his friends."
스타트업은 경쟁이 있어야 산다. 경쟁이 없으면, 시장이 없는 것이다.
경쟁이 전설을 만든다
영화 《러시(Rush)》는 1970년대 전설적인 F1 카레이서 니키 라우다(Niki Lauda)와 제임스 헌트(James Hunt)의 목숨을 건 경쟁과 우정을 그리고 있다. 라우다는 1970년대 중반 이미 F1에서 우승을 한 뛰어난 카레이서였지만, 헌트와의 경쟁이 없었다면 그는 전설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둘은 성격도, 생김새도, 삶의 방식도 완전히 달랐다. 라우다는 차를 과학처럼 다뤘다. 철저한 계산과 절제. 헌트는 감정과 본능으로 달리는 자유인에 가까웠다.
1976년 독일 뉘르부르크링(Nürburgring). 비가 내리던 그랑프리에서 라우다는 큰 사고를 당한다. 자동차는 불탔고, 얼굴 절반이 녹아내렸다. 의사는 그가 곧 사망할 거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기적처럼 살아났다. 그리고 병상에서 TV로 본 것은 헌트가 우승하는 모습이었다. "난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는 그렇게 복귀를 결심했고, 불과 1년 만인 1977년 F1 시즌 우승을 이뤄냈다.1 팬들은 그에게 '불사조'라는 별명을 붙였다. 헌트가 없었다면 그런 이야기조차 없었을 것이다. 경쟁이 라우다의 목숨을 살렸고, 그를 우승대에 세웠다.
내가 본 최고의 스타트업들은 늘 경쟁자와 함께 자랐다. 똑같은 시장을 노리고, 똑같은 고객을 쫓고, 똑같은 문제를 풀고 있었다. 그러니 게을러질 틈이 없었다. 1980년대 애플(Apple)과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가 그랬다. IBM 같은 대기업이 시장을 장악한 와중에 이제 막 시작한 두 회사는 끊임없이 경쟁했다. 애플이 새로 개발한 GUI를 본 빌 게이츠(Bill Gates)는 곧 윈도우(Windows) 3.0에 비슷한 GUI를 적용해 출시했다. 스티브 잡스(Steve Jobs)는 빌 게이츠를 두고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훔치고도 부끄러운 줄 모른다"며 비난했고, 빌 게이츠는 "인간적으로 결점이 많은 사람"이라고 잡스를 깎아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 싸움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컴퓨터 산업은 없었다.
코카콜라(Coca-Cola)와 펩시(Pepsi), 토머스 에디슨(Thomas Edison)과 니콜라 테슬라(Nikola Tesla), 포드(Ford)와 페라리(Ferrari), 우버(Uber)와 리프트(Lyft), 페이스북(Facebook)과 스냅챗(Snapchat) 등 거의 모든 산업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이 존재했고, 이들은 경쟁을 통해 성장했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는 《경쟁 전략(Competitive Strategy)》에서 "경쟁자는 강해야 한다. 약한 경쟁자는 산업 구조를 왜곡한다"고 썼다.2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가 2013년 스냅챗 창업자 에반 스피겔(Evan Spiegel)에게 30억 달러 인수를 제안했다가 거절당한 뒤, 페이스북이 비슷한 슬링샷(Slingshot) 앱을 출시했지만 실패한 일화는 유명하다. 스냅챗은 결국 2017년 240억 달러의 가치로 상장했다.3 페이스북은 돈도, 인재도 많았지만 스냅챗이 가진 문화는 복제하지 못했다.
"경쟁자가 없습니다"라는 함정
스타트업이 경쟁을 두려워하는 건 이상한 일이다. 경쟁은 오히려 축복이다. 경쟁이 있다는 건 시장이 있다는 뜻이다. 누군가가 시간과 돈을 들여 뛰어들었다면, 적어도 '해볼 만한 싸움'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피칭할 때 "경쟁자가 누구인가요?"라고 물으면, 의외로 많은 창업자가 이렇게 답한다. "저희 기술은 너무 앞서 있어서 경쟁자가 없습니다." "이건 완전히 새로운 시장이라 아직 아무도 없어요." 듣기엔 멋지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정말 드물다.
구글(Google)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나왔을 때 검색엔진은 이미 포화 상태였다. 야후(Yahoo), 라이코스(Lycos), 알타비스타(AltaVista)가 시장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구글은 페이지랭크(PageRank) 알고리즘으로 "더 빠르게, 더 정확하게"라는 차별화된 무기로 진입했다.4 검색시장에 경쟁자가 없어서 성공한 게 아니라, 경쟁자가 너무 많았기 때문에 더 뛰어난 해법이 필요했고, 그래서 구글이 살아남은 것이다.
심지어 우버와 에어비앤비(Airbnb)조차도, 완전히 시장을 '창조'한 건 아니다. 택시는 있었다. 호텔도 있었다. 단지 기존 시스템이 너무 불편했을 뿐이다. 창업자들은 불편을 개선했다. 그리고 사용자들은 그 새로움에 반응했다.
AI 시대의 경쟁: 오픈AI와 앤트로픽
가장 최근의 사례는 AI 시장이다. 2022년 말 오픈AI(OpenAI)가 챗GPT(ChatGPT)를 공개하자, 많은 사람들이 "이걸 누가 따라잡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1년 만에 앤트로픽(Anthropic)의 클로드(Claude), 구글의 제미나이(Gemini), 메타(Meta)의 라마(Llama)가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고, 2024년에는 중국의 딥시크(DeepSeek)와 큐원(Qwen)까지 합세했다.5
이 경쟁은 모두를 더 빠르게, 더 싸게, 더 똑똑하게 만들었다. 1년 전 GPT-4 수준의 모델을 1/100 가격으로 쓸 수 있게 된 것은, 어느 한 회사의 양심 때문이 아니라 경쟁 때문이다. 오픈AI 한 곳뿐이었다면 이 가격은 지금도 100배일 것이다.
진짜 두려운 경쟁자는 보이지 않는다
투자자 입장에서 봐도 경쟁자는 중요하다. 경쟁자가 있어야 시장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고, 그 스타트업이 어떤 차별성을 갖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투자자는 결국 '전쟁에 참여할 군대'를 고르는 사람들이다. 상대군이 누구인지 모르는 전쟁에 돈을 걸 사람은 없다.
진짜 두려운 경쟁자는 겉으로 보이지 않는 경쟁자다. 1800년대 중반, 뉴욕의 신문사들이 두려워한 위협은 인터넷도 TV도 아니었다. '텔레그래프'였다. 그러나 그건 진짜 위협이 아니었다. 진짜 위협은 100년 후 등장한 텔레비전이었고, 그 후엔 인터넷, 그 후엔 소셜미디어였다. 신문사들은 매번 옆을 보고 있었지, 위에서 떨어지는 망치를 보지 못했다.
당신의 스타트업에 경쟁자가 없다면,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하나는 정말 운이 좋은 경우다. 다른 하나는, 당신이 시장을 잘못 보고 있거나, 눈앞의 위협을 못 보고 있는 것이다. 경쟁자가 보이지 않는다면, 시장조사를 다시 해야 한다.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고,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를 상상하라. 그래야 대비할 수 있다. (작은 스타트업이 대기업 경쟁자를 이기는 방법은 3장 〈스타트업이 대기업과 경쟁할 수 있나요?〉에서 다뤘다. '경쟁자가 없다'는 착각의 위험은 2장 〈당신의 아이디어가 나쁜 이유〉에서 이어진다.)
참고 문헌
[1] "니키 라우다 (Niki Lauda)",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Niki_Lauda
[2] Michael E. Porter. "What Is Strategy?" Harvard Business Review 74(6), 61–78, November–December 1996. Porter의 전략 이론 요약 — 차별화 경쟁 우위(competitive advantage)가 실질적 경쟁 구조를 형성한다는 논지. 그의 1980년 저서 《Competitive Strategy》와 함께 경쟁 분석의 표준 레퍼런스.
[3] "Snap Inc.",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Snap_Inc.
[4] "PageRank",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PageRank
[5] "Large language model",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Large_language_mod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