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 원대한 아이디어보다 하찮은 실행이 낫다
"아이디어는 공공재다. 그것을 실행하는 것이 핵심 경쟁력이다."
— 마이클 델(Michael Dell), 델 컴퓨터 창업자
"Ideas are commodities. Execution of them is not."
— Michael Dell
유니콘 스타트업의 이야기를 들으면 마치 처음부터 위대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시작한 것 같지만, 실제는 이와 다른 경우가 많다.
유튜브(YouTube) 창업자들이 원래 가지고 있었던 아이디어는 온라인 데이팅 사이트였다. 당시 유행하던 'Hot or Not'의 동영상 버전을 만들어보자고 시작한 사이트다. 사이트를 개발하고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아무도 자기 소개 영상을 올리지 않자 창업자들은 원래 아이디어를 수정해야 했다. 얼마 되지 않는 유저들을 자세히 관찰해보니, 사용자들은 데이팅보다는 재미있고 웃긴 영상을 공유하는 것에 더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창업자 스티브 첸(Steve Chen)은 "데이팅 따위는 잊어버려. 우린 그냥 아무 동영상이나 공유하는 서비스로 만들면 돼"라고 말하며 지금의 유튜브 초기 버전을 만들었다. 유튜브는 창업 약 20개월 만에 16억 5천만 달러에 구글(Google)에 인수되었고, 지금은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동영상 서비스가 되었다.1
지금은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끄는 중고거래 앱 당근마켓의 창업자 김재현과 김용현은 창업 전 카카오에서 일하던 당시, 사내 게시판에서 중고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난다는 사실을 흥미롭게 지켜봤다. 당시 인터넷 최대 중고거래 시장이었던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는 모바일 앱 사용자 경험이 형편없었고, 사기거래 등 부작용이 심하다는 평을 받고 있었다. 두 창업자는 믿고 사고팔 수 있는 중고거래 앱을 만들기로 했지만, 처음부터 전국 단위의 대형 서비스를 목표로 하지는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이 익숙한 판교 동네 주민들을 상대로 '판교장터'라는 앱을 만들어 직거래 장터를 실험했다. 처음에는 아는 직장 동료와 지인들 중심으로 거래를 시작했다가, 곧 가능성을 본 두 창업자는 판교 일대 아파트에 전단지를 돌리는 등 주부들을 주고객으로 유치하고자 뛰어다녔다. 판교장터는 이메일 인증, 지역 인증을 도입하면서 매너 있는 거래, 사기 없는 거래를 유도했고, 사람들은 이런 점을 무척 좋아했다. 판교에서 어느 정도 검증되자 두 창업자는 용인 수지, 화성 동탄, 서울까지 차근차근 지역 기반을 늘려갔다. 이렇게 지역 기반을 늘린 판교장터는 곧 '당신 근처의 중고마켓', 당근마켓으로 이름을 바꾸고 더 많은 지역으로 확장했다.2
에어비앤비(Airbnb)의 시작은 절박함에서 비롯됐다. 창업자 브라이언 체스키(Brian Chesky)와 조 게비아(Joe Gebbia)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월세 낼 돈이 없어 고민하다가, 당시 도시에서 열리던 디자인 콘퍼런스를 떠올렸다. 근처 호텔은 이미 만실이었다. 이들은 자기 집 거실에 에어매트리스를 깔고 조식을 포함한 숙박을 제공하는 웹사이트를 급히 만들었다. 이름도 'Airbed & Breakfast'였다. 거창한 비즈니스 모델도, 글로벌 전략도 없었다. 단지 눈앞의 생계를 해결하기 위한 실험이었다. 콘퍼런스 참가자 3명이 실제로 이 서비스를 이용했고, 이후 이들은 "혹시 이 모델을 더 키울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몇 차례 피봇과 실패를 거듭하며, 결국 전 세계 누구나 방 하나를 빌려주고 빌릴 수 있는 에어비앤비가 탄생했다. 오늘날 에어비앤비는 전 세계 220개국 이상에서 운영되는 숙박 플랫폼이 되었다.3
피그마(Figma)의 시작도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피그마와는 거리가 있었다. 창업자 딜런 필드(Dylan Field)는 처음엔 VR 관련 스타트업을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투자자 피터 틸(Peter Thiel)의 펠로우십을 받으며 방향을 틀었다. 그가 주목한 건 '디자인 툴'이라는 영역이었다. 포토샵이나 스케치 같은 기존 디자인 툴은 강력했지만 협업이 불가능했고, 가격도 비쌌다. 딜런과 공동창업자 에반 월리스(Evan Wallace)는 "왜 구글 독스처럼 실시간으로 같이 작업하는 디자인 툴은 없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처음 만든 프로토타입은 기능도 부족했고, 브라우저에서 디자인을 한다는 아이디어 자체가 조롱을 받았다. 하지만 그들은 몇 년을 버티며 성능을 개선했고, 마침 원격근무와 협업이 중요해지면서 시장이 급변했다. 피그마는 "웹에서 돌아가는 협업 중심 디자인 툴"이라는 강점을 인정받으며 성장했고, 2025년 7월 뉴욕증시에 상장해 시가총액 600억 달러 규모의 회사가 되었다.4
가장 최근의 사례는 생성형 AI 업계에 있다. 퍼플렉시티(Perplexity)는 2022년 8월 아라빈드 스리니바스(Aravind Srinivas)와 공동창업자들이 만든 AI 검색 스타트업이다. 처음에는 구글에 도전하겠다는 거창한 포부보다, "질문을 던지면 답변에 출처까지 함께 보여주는 작은 검색 도구"라는 하찮아 보이는 실험이 출발점이었다. OpenAI에서 근무하던 스리니바스는 ChatGPT가 쏟아내는 답변의 출처가 불투명하다는 사실을 직접 체감했고, 그 불편을 해결하는 데 집중했다. 초기 제품은 엉성했고, 기존 검색 기업들은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꾸준한 반복 개선 끝에, 2024년 말 기준 연간 반복매출 1억 달러를 넘겼고, 2025년 초 기업가치 90억 달러로 평가받았다.5
거창한 아이디어보다, 작은 실행 하나가 방향을 잡아준다.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는 작아도 된다. 지금은 하찮은 아이디어지만 충분히 커질 가능성만 있다면, 당장 실패해도 좋으니 하나라도 실행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장 앞 글 〈아이디어는 시작일 뿐〉, 그리고 1장 〈가난은 스타트업의 경쟁력〉에서 작은 자원으로 빠르게 실험하는 태도를 함께 다뤘다.)
프리토타이핑(Pretotyping)
프리토타이핑은 구글(Google)의 개발자이자 연쇄 창업가였던 알베르토 사보이아(Alberto Savoia)가 개발한 제품 개발 방법론이다. 프로토타이핑(prototyping)이 "제품을 만들 수 있을까?"를 테스트하는 단계라면, 프리토타이핑은 "고객들이 이 제품을 사용할 것인가?"를 테스트한다. 최소한의 시간(보통 몇 시간에서 며칠)과 비용으로 개발하려는 제품의 핵심만 뽑아 시제품을 만든 후, 실제 잠재적 이용자의 사용성을 관찰하고 테스트한다.
참고 문헌
- BBC News. "Google buys YouTube for $1.65bn." BBC News, October 10, 2006. 유튜브의 Google 인수 ($1.65B) 보도.
- Wikipedia contributors. "당근마켓." Wikipedia (한국어). 김재현·김용현 공동창업 (2015, 판교장터) → 당근마켓 → 당근. 전국 하이퍼로컬 중고거래 확장.
- Wikipedia contributors. "Airbnb." Wikipedia. 2007년 air mattress 창업 일화와 이후 글로벌 플랫폼으로 성장.
- Wikipedia contributors. "Figma." Wikipedia. Dylan Field · Evan Wallace 창업, Adobe 인수 무산 (2023), 2025년 7월 NYSE 상장.
- Wikipedia contributors. "Perplexity AI." Wikipedia. Aravind Srinivas 창업 (2022년 8월), 출처-포함 AI 검색, 2024–2025년 기업가치와 매출 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