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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 당신의 아이디어가 나쁜 이유

"아이디어가 오직 하나뿐일 때보다 더 위험한 것은 없다."

— 에밀 샤르티에(Émile Chartier), 철학자

"Nothing is more dangerous than an idea, when it's the only one we have."

— Émile Chartier

비밀을 지키고 싶다면,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특히 벤처투자자에게는 더더욱.

어느 스타트업 컨퍼런스에서였다. 한 중년 창업가가 다가와 서류봉투를 내밀었다. "청년실업을 해결할 아이디어입니다." 아직 자신의 훌륭한 아이디어를 아는 사람이 없으니 반드시 비밀을 유지해달라는 당부와 함께. 나는 그 봉투를 열어보지도 않고 바로 문서파쇄기에 넣었다. 그가 모욕당했다고 느꼈다면 유감이다. 하지만 그건 오히려 그의 아이디어를 존중한 행동이었다. 왜냐고? 아이디어는 보호받아야 할 게 아니라 검증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훌륭한 아이디어라면 왜 다른 사람들이 몰라야만 할까? 훌륭한 아이디어라면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이 알고 공감하고 퍼뜨리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 아닌가.


첫째, 당신이 선택한 대상 고객이 공감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은 다 무시했지만, 나는 밀어붙여서 성공했다"는 이야기? 항상 예외는 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건 당신의 친구나 가족이 아니다. 브라이언 체스키(Brian Chesky)와 조 게비아(Joe Gebbia)는 에어비앤비 초기 단계에서 7곳의 VC로부터 투자 거절을 받았고, 친구들조차 "모르는 사람 집에서 잠을 자겠다고?"라며 비웃었다. 그런 그들이 끝내 통한 이유는 '친구의 동의'가 아니라 '콘퍼런스 참가자 3명의 실제 숙박'이었다. 정말 봐야 할 반응은 당신이 해결한다고 주장하는 문제를 실제로 겪는 사람들의 반응이다. 그 사람 50명, 100명과 이야기해봤는가? 그중 몇이 "이건 진짜 필요해"라며 지갑을 열겠다고 했는가?

사람들이 "이건 진짜 필요해"라고 말하지 않는다면, 그건 당신에게만 필요한 물건이다. 가까운 사람 열 명에게 의견을 구하는 것이 출발점은 될 수 있지만, 그 열 명이 '친구'라면 신호가 아니라 소음이다. 신호는 문제 당사자에게서만 나온다. 버지니아 다든 스쿨(UVA Darden School)의 사라스 사라스바티(Saras Sarasvathy) 교수가 2001년 《Academy of Management Review》에 발표한 'Effectuation' 이론에 따르면, 숙련 창업가들은 "완벽한 시장 예측"(causation) 대신 "이미 손에 있는 자원으로 무엇을 만들 수 있는가"(effectuation)로 출발한다 — 즉 '친구의 동의'가 아니라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작은 실행'을 찾아낸다.4

시장에 퍼졌는데도 경쟁자가 없다는 건 대개 이런 이유다. 규제에 막혔거나, 실행이 불가능하거나, 돈이 안 되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육아도우미 플랫폼 사업계획서를 50개 넘게 봤다. 엄마와 도우미를 연결한다는 아이디어는 누가 봐도 수요는 명확하고 큰 시장으로 보인다. 그런데 왜 제대로 된 기업 하나 없는가? 이 시장은 신뢰, 안전, 국가 규제를 동시에 만족시켜야 한다. 표면적으로는 쉬워 보여도 실행 설계가 빠져 있는 것이다. 공감받는 아이디어는 실행 가능한 아이디어여야 한다.


둘째, 아직 '때'가 아니기 때문이다.

두 바퀴로만 굴러가는 전동휠 세그웨이(Segway)가 처음 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무척 신기해하며 개인 교통수단의 혁명을 몰고 올 것이라 열광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2001년부터 7년간 겨우 3만 대 판매하는 데 그쳤고 회사는 어려움에 처했다. 세그웨이는 결국 2015년 중국의 나인봇(Ninebot)에 저가 인수되는 처지가 되었다. 기술은 멋졌지만, 사람들은 사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규제는 복잡했고, 인프라는 없었고, 사회는 준비되지 않았다.1

더 가까운 사례로 클럽하우스(Clubhouse)가 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음성 기반 소셜 네트워크 클럽하우스는 초대장이 있어야 가입할 수 있다는 희소성 마케팅과 함께 폭발적인 성장을 보였다. 2021년 초 앤드리슨 호로위츠(a16z)는 40억 달러 기업가치로 투자했다. 일론 머스크(Elon Musk),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같은 유명 인사들이 앱에 등장하면서 사용자는 순식간에 1천만 명을 넘었다. 그러나 팬데믹이 완화되고, 트위터(Twitter) 스페이스, 인스타그램(Instagram) 라이브, 스포티파이(Spotify) 그린룸 등 비슷한 기능이 거대 플랫폼에 통합되면서 사용자는 급격히 빠져나갔다. 2023년 4월 클럽하우스는 직원 50% 이상을 해고하고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발표했다. 한때의 열풍이 사회적 조건의 변화와 경쟁 환경 앞에서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2

한국에도 비슷한 사례가 수두룩하다. 로봇 카페, 드론 배송, 메타버스 교실. 전부 멋졌지만 대부분 빨랐다. 아무도 원하지 않거나, 감당할 준비가 안 된 상태였다. 좋은 아이디어는 시장의 시간표와 함께 가야 한다. 너무 늦으면 기회가 사라지고, 너무 빠르면 혼자 외롭게 망한다. (타이밍 문제는 1장 〈운과 때〉에서 자세히 다뤘다.)


셋째, 당신은 아직 아무것도 해보지 않았다.

종이에 적혀 있는 아이디어는 아직 아이디어가 아니다. 당신의 머릿속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게 가치 있다고 착각하지 마라. 좋은 아이디어는 실행된 아이디어다. 실행은 돈이 많아서 하는 게 아니다. '어떻게든 해보자'는 절박함과 상상력에서 시작된다.

에어비앤비(Airbnb)의 창업자 조(Joe)와 브라이언(Brian)은 처음에 자신의 집 남는 방 하나를 빌려줬다. 그게 전부였다. 그 작은 실행 하나가 전 세계 여행 산업을 바꿨다. 그들도 처음엔 비웃음을 당했다. "남의 집에서 자겠다고?" "모르는 사람에게 방을 빌려주겠다고?"라며 그들의 아이디어를 들은 사람들은 비아냥거렸다.3

하지만 그들은 자신이 사는 집에 에어매트리스 하나를 깔아두는 것에서 시작했다. 그러니까, 지금 당신도 해보라.

지금 당장 가장 싸고,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당신의 아이디어를 검증해보라. 설명하지 말고, 보여줘라. 린 스타트업(Lean Startup) 모델이나 프리토타이핑(pretotyping)이 도움이 될 것이다.

누구나 괜찮은 아이디어는 가지고 있다. 행동은 소수만 한다. (아이디어 실험과 검증에 대해서는 앞 글 〈고객에게 검증받아라〉에서도 다뤘다.)

참고 문헌

  1. Wikipedia contributors. "Segway PT." Wikipedia. 2001년 출시 후 7년 간 약 3만 대 판매, 2015년 Ninebot 인수 등의 경위.
  2. Wikipedia contributors. "Clubhouse (app)." Wikipedia. 2020년 팬데믹 폭등, 2021년 a16z $4B 평가, 2023년 4월 50%+ 인력 감축 구조조정까지의 기록.
  3. Wikipedia contributors. "Airbnb." Wikipedia. 2007년 창업자들이 자기 아파트 거실에 에어매트리스를 깔아 숙박 서비스를 시작한 초기 실험.
  4. Saras D. Sarasvathy. "Causation and Effectuation: Toward a Theoretical Shift from Economic Inevitability to Entrepreneurial Contingency." Academy of Management Review 26(2), 243–263, 2001. 숙련 창업가의 의사결정 논리(effectuation)와 전통 경영학의 예측 논리(causation) 구분 — 창업 연구의 표준 텍스트. DOI 10.5465/amr.2001.4378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