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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 고객에게 검증받아라

"문제 그 자체로는 문제가 아냐. 문제를 대하는 네 태도가 문제인 거지."

— 잭 스패로우,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중에서

"The problem is not the problem. The problem is your attitude about the problem."

— Jack Sparrow, Pirates of the Caribbean

"제가 정말 좋은 사업 아이디어를 생각했어요."

"이 제품, 시장에서 통할 것 같아요?"

창업가가 이런 식으로 제품에 대한 피드백을 물어보면 사실 그리 해줄 말이 없다. 대부분의 나 같은 투자자는 그보다 훨씬 더 좋은 제품을 알고 있기도 하거니와, 그렇다고 해서 이 스타트업이 성공하지 말란 법도 없기 때문이다. 2등 제품으로도 시장에서 잘 먹히는 경우가 많다. 나는 한 명의 소비자로서 내 기호에 따라 제품을 사용한다. 당연히 편향된 의견을 낼 수밖에 없다. 내가 그 제품을 어떻게 만들라고 대신 디자인해줄 수는 없다.

다만, 어떤 시장을 어떻게 테스트해볼 수 있을지는 내가 좀 더 많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제품 개발에 매진하는 창업가에게 외부의 신선한 시각과 의견을 줄 수는 있다.

어느 날, 대학생의 수업 필기 노트를 온라인으로 공유한다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온 창업가를 만났다. 유명 컨설팅 회사 출신의 똑똑하고 젊은 창업가였다. 사업계획서 자체로는 훌륭해 보였고, 논리도 그럴듯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다른 모델들보다 학생들에게 딱히 어떤 가치를 더 줄 수 있는지 알기 어려웠고, 사업모델인 광고를 실어줄 광고주들에게도 어떤 차별화된 가치를 주는지 분명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몇 명의 학생들에게 실험해봤나요? 그리고 광고주들은 뭐라고 하던가요?"라고 물었다. "지금까지는 스텔스 모드였습니다. 투자유치 후 경쟁사보다 훨씬 뛰어난 기능의 앱을 만들어서 배포하면 검증될 것입니다"라고 창업가는 말했다.

그 창업가가 그때까지 한 말이 모두 상상과 베껴 쓴 연구보고서라는 걸 알고 나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당장 대학교에 가서 20명의 학생들에게 실험해보세요. 그리고 10개 회사의 광고 담당자들에게 그 결과를 보여주고 광고 한 개만 수주해서 실어보세요. 그럼 아마 지금 사업계획서에 있는 내용을 모조리 바꿔야 한다는 걸 깨달을 거예요."


에어비앤비(Airbnb)는 창업 초기에 뉴욕의 아파트를 직접 임대해 여행객들에게 숙박을 제공하며 시장성을 검증했다. 공동창업자 브라이언 체스키(Brian Chesky)는 직접 고객을 만나 숙박 경험에 대한 의견을 묻고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선했다. 고객들은 "숙소 사진이 실제와 다르거나 조도가 어두워 예약을 망설인다"는 피드백을 주었다. 에어비앤비 팀은 사진 전문가를 고용해 숙소를 다시 촬영하고, 플랫폼 전반에 걸쳐 고화질 이미지를 표준화했다. 또 다른 고객은 호스트와의 연락이 원활하지 않다고 지적했고, 이는 메시징 시스템의 개선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반복적인 피드백 반영은 플랫폼 신뢰도를 높였고, 고객 유입과 예약 전환율 증가로 이어졌다.1

드롭박스(Dropbox)는 제품 개발 전에 온라인 동영상 하나로 아이디어를 설명하고 잠재 고객들의 관심과 수요를 확인했다. 창업자 드류 휴스턴(Drew Houston)은 "당신의 컴퓨터에 폴더 하나를 만들고 그 안에 파일을 넣으면, 인터넷을 통해 자동으로 다른 장치에도 동일하게 복사된다"는 개념을 3분짜리 데모 동영상으로 만들었다. 실제 제품은 없었지만 마치 동작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어, 제품의 작동 방식과 사용 시나리오를 직관적으로 설명했다. 영상이 공개되자마자 수천 명의 사용자가 대기자 명단에 이메일을 등록했고, 이를 통해 강력한 수요를 입증받았다. 이후 드롭박스 팀은 이 관심 데이터를 바탕으로 핵심 기능에 집중해 MVP를 개발했고, 사용자 피드백을 받아가며 빠르게 제품을 개선해 나갔다.2

수퍼휴먼(Superhuman)은 고급 이메일 클라이언트 서비스다. 창업자 라훌 보흐라(Rahul Vohra)는 "당신은 이 제품이 없어지면 얼마나 실망할 것인가?"라는 단순한 설문으로 제품-시장 적합성(Product-Market Fit, PMF)을 정량화했다. 초기에는 단 22%만이 "매우 실망할 것이다"라고 응답했다. 그는 이 비율을 40%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고객 인터뷰와 피드백을 반복적으로 수집하고 기능 개선을 지속했다. 결국 58%까지 끌어올리며 명확한 시장 적합성을 입증했고, 충성도 높은 유료 사용자 기반을 확보했다.3 2025년 7월, 수퍼휴먼은 그래머리(Grammarly)에 인수되었다.4


아이디어를 검증받는 가장 빠르고 좋은 길은 직접 고객들에게 물어보고 관찰하는 것이다. 실제로 내 제품을 사용할 고객, 내 제품을 평가할 사람, 돈을 내줄 사람들에게 직접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도록 하자. 스티브 블랭크(Steve Blank)는 이 태도를 "Get out of the building"이라는 한 줄의 구호로 정리하며, 책상 위 사업계획서가 아니라 현장의 고객 인터뷰가 모든 창업의 출발점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5 나에게서 검증받으려 하지 말고, 고객에게 검증받아라.

(관찰과 피드백 태도는 바로 앞 글 〈관찰하고 공감하기〉에서 다뤘고, 듣기 싫은 피드백을 받아들이는 법은 다음 글 〈듣기 싫은 말〉에서 이어진다.)

참고 문헌

  1. Wikipedia contributors. "Airbnb." Wikipedia. 창업 초기 뉴욕 아파트 임대 실험, 호스트-게스트 피드백 루프, 사진 표준화를 통한 신뢰도 개선.
  2. Wikipedia contributors. "Dropbox." Wikipedia. Drew Houston의 3분짜리 데모 동영상으로 대기자 명단 수천 명 확보한 2007년 초기 수요 검증 일화.
  3. Rahul Vohra. "How Superhuman Built an Engine to Find Product/Market Fit." First Round Review, 2018. 40% 기준의 PMF 측정 방법론과 22%→58% 개선 과정.
  4. Wikipedia contributors. "Grammarly." Wikipedia. 2025년 Superhuman 인수 관련 인수 내역.
  5. Steve Blank. "Why the Lean Start-Up Changes Everything." Harvard Business Review 91(5), May 2013. 커스터머 디벨롭먼트(Customer Development) 4단계와 "Get out of the building" 원칙의 표준 매체 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