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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 10년 뒤, 뉴욕타임스 1면에 당신 회사가 실린다면?

"그것을 지으면, 그들이 올 것이다."

— 영화 《꿈의 구장(Field of Dreams)》 중에서

"If you build it, they will come."

Field of Dreams (1989)

비전은 회의실에서 결정되지 않는다. 상상력에서 시작된다.

나는 창업 초기에 팀과 꼭 해보는 연습이 있다. 바로 '미래의 신문 헤드라인'을 직접 써보는 일이다. 10년 뒤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 1면에 우리 회사가 등장한다면, 어떤 제목이 붙을까? 성공한 미래의 특정 시점을 가정하고, 거기에서부터 거꾸로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다.

"혁신적인 태양광 기술로 글로벌 시장점유율 45% 달성"

"2025년 졸업생이 가장 일하고 싶어 하는 회사 1위"

"모든 제품이 탄소중립 인증을 획득하다"

중요한 건 단 하나의 헤드라인이다. 수십 가지 전략이나 목표를 나열하지 마라. 딱 한 줄로, 숫자 하나로, 우리 팀이 가야 할 방향을 정하라. 그 숫자가 곧 비전이 된다.


에어비앤비(Airbnb)는 창업 초기에 "에어비앤비가 세계 어디에서든 통용되는 여행의 기본 인프라가 된다"는 신문 기사를 상상하며 비전을 그렸다. 당시 브라이언 체스키(Brian Chesky)는 팀원들과 함께 가상의 《뉴욕타임스》 기사 본문까지 작성했고, 이후 실제 언론 보도가 나올 때마다 그 초안과 얼마나 가까워졌는지 점검했다. 그 과정이 전략과 실행의 기준이 되었다.1

아마존(Amazon)은 더 유명하다. 제프 베조스(Jeff Bezos)는 신제품이나 신규 서비스를 시작할 때 'Working Backwards'라는 고유한 프레임워크를 썼다. 핵심은 단순하다. 제품 개발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그 제품이 출시된 후 언론에 어떻게 보도될지를 상상하며 가상의 보도자료(press release)를 작성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마존 팀은 킨들(Kindle) 전자책 단말기를 개발할 때 먼저 이렇게 시작했다.

"아마존, 전 세계 어디서든 단 몇 초 만에 책을 다운로드받을 수 있는 전자책 단말기 '킨들' 출시."

그 아래엔 구체적인 고객 반응까지 적는다.

"뉴욕 출장을 자주 가는 변호사 제인 스미스는 이제 공항 서점에 들르지 않는다. 그녀는 매일 아침 뉴스와 최신 소설을 킨들로 받아본다."

이런 식으로 상상의 기사와 고객 사용 시나리오, 고객의 말투까지 미리 써보고 나면, 제품 팀은 무엇을 만들지, 어떤 기능이 꼭 필요한지, 고객이 어떤 불편을 겪을지를 자연스럽게 정리하게 된다. 비전을 단지 문장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열광할 미래를 먼저 정의한 다음 그곳을 향해 거꾸로 걸어가는 방식이다. 아마존의 수많은 히트 서비스 — 프라임(Prime), AWS, 알렉사(Alexa) — 가 모두 이 방식에서 출발했다.2

더 최근에도 같은 기법이 작동한다. 스트라이프(Stripe)의 창업자 패트릭 콜리슨(Patrick Collison)은 매년 초 전사에 장문의 연간 서신을 공개한다. 이 글에서 그는 향후 10년 동안 스트라이프가 인터넷 경제의 어느 부분을 떠받치는 회사가 될지를 매우 구체적으로 묘사한다. 서신은 임직원뿐 아니라 고객과 투자자에게도 읽히면서, "스트라이프가 상상한 미래"가 곧 실제 제품 로드맵으로 연결되는 효과를 낳는다. 스트라이프가 결제 API를 넘어 송금(Stripe Connect), 매출 인프라(Stripe Billing), 법인 설립(Stripe Atlas), 심지어 AI 에이전트 결제까지 영역을 확장하는 동안, 그 방향성은 매년 같은 형식으로 전사에 공유되어 왔다.3


예전에 내가 만난 한 팀은 각자가 써온 헤드라인을 화이트보드에 붙이고, 가장 와닿는 제목에 박수를 쳤다. 그날 나온 문장 하나가 회사의 방향을 통째로 바꿨다. 헤드라인을 정한 다음엔 본문을 써보라. 기술은 언제 개발됐고, 첫 번째 시장은 어디였으며, 어떤 마일스톤을 통과하며 여기까지 왔는지를 미래 시점에서 적는다. 그 순간 당신은 단순한 상상에서 벗어나, 구체적인 전략을 쓰고 있게 된다.

지금 당장 팀과 이 연습을 해보라. 당신의 비전은 그 헤드라인 속에 있다. 위대한 회사는 상상에서 먼저 탄생한다.

(비전을 실제 실행으로 전환하는 이야기는 앞 글 〈원대한 아이디어보다 하찮은 실행이 낫다〉, 그리고 4장 〈비전〉에서 이어진다.)

참고 문헌

  1. Wikipedia contributors. "Airbnb." Wikipedia. 창업 초기 장기 비전 수립 문화와 언론 보도 목표 설정.
  2. Colin Bryar and Bill Carr. "Working Backwards: Insights, Stories, and Secrets from Inside Amazon." St. Martin's Press, 2021. Amazon 전 임원들이 press-release-first 등 Amazon의 내부 의사결정 프레임워크를 정리한 책.
  3. Patrick Collison. "Stripe Annual Letter." Stripe, 매년 초 공개. Stripe의 장기 비전과 연간 우선순위가 구체적 숫자·프로덕트 단위로 기술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