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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 아이디어는 시작일 뿐

"누군가의 행동이 없다면 세상은 여전히 아이디어만 가득할 것이다."

— 조지 도리엇(Georges Doriot), 현대 벤처캐피털의 창시자

"Without actions, the world would still be an idea."

— Georges Doriot

아이디어는 누구나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실행은 아무나 하지 못한다.

많은 예비 창업가들이 자신의 아이디어가 세상에서 가장 독창적이라고 믿는다. 어느 날, 나는 투자상담을 하기 위해 두 명의 창업가와 연속으로 약속을 잡은 적이 있다. 이들은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었고, 심지어 각각 다른 나라에서 온 창업가들이었다. 둘 다 전자상거래에 필요한 결제 관련 기술을 설명했는데 굉장히 독특한 아이디어였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 온 생면부지의 두 사람이 설명한 아이디어는 놀랄 만큼 똑같았다. 이들 모두 나에게 비밀유지협약을 요구했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아이디어임을 강조하며 특허출원 중이라고 덧붙였다. 나는 비밀유지협약에 서명하지는 않았지만, 직업윤리 상 두 사람에게 "다른 사람이 이미 이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해줄 수는 없었다. 사실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이런 일은 흔하다. 두 창업가 모두 각자 독창적이라고 주장했지만, 시장의 흐름을 잘 보면 비슷한 아이디어는 동시에 여러 명에게 떠오를 수밖에 없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아이디어는 없다. 누군가 당신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고, 누군가는 이미 실행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중요한 건 실행이다. 아이디어는 성공의 충분조건은커녕 필요조건도 아니다. 아이디어만 믿고 있다가는 비슷한 아이디어를 가진 경쟁자에게 밀린다. 그제야 뒤늦게 특허소송을 하네 마네 하며 에너지를 낭비한다. 특허로 막는 데는 한계가 있고, 설령 법적으로 승소하더라도 몇 년이 흐른 뒤엔 이미 시장이 달라져 있을 수도 있다.

아이디어보다 중요한 것은 실행이다. 디자인, 생산, 원가, 마케팅, 유통 등 실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수십 가지 요소들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애플(Apple)이 아이팟(iPod)을 처음 선보였을 때 이미 세상에는 수백 종의 MP3 플레이어가 있었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Steve Jobs)는 제품 디자인, 사용자 경험, 아이튠즈(iTunes)와의 생태계를 연결해 경쟁사들이 따라올 수 없는 차별화를 만들어냈다. 단순히 아이디어가 아니라 실행과 조합의 힘이었다.

실행은 사람과 팀에서 나온다. 나는 지금도 많은 창업가들이 내게 아이디어를 설명하려고 열을 올리는 것을 본다. 하지만 99%는 실행이 어렵다. 대부분은 함께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공동창업자, 개발자, 디자이너, 마케터, 데이터 분석가. 이런 동료가 없으면 아무리 뛰어난 아이디어도 그저 머릿속에만 머물게 된다. (공동창업자를 찾는 일은 1장 〈공동창업자〉에서 자세히 다뤘다.)

오히려 아이디어가 없어도 된다. 시장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문제를 독특하게 바라보며, 반복된 실험과 개선으로 통찰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지금 당장은 아이디어가 없어도 괜찮다. 대부분의 성공한 스타트업은 기존의 아이디어를 베끼거나 개선해서 성공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인스타그램(Instagram)의 창업자 케빈 시스트롬(Kevin Systrom)과 마이크 크리거(Mike Krieger)는 처음에 위치 기반 체크인 앱 '버븐(Burbn)'을 만들었다. 복잡한 기능들이 사용자에게 혼란을 줬고, 정작 사용자는 사진 올리기 기능만 주로 사용했다. 창업자들은 이 데이터를 주의 깊게 분석했고, 결국 다른 모든 기능을 버리고 사진 공유에만 집중하는 방향으로 피봇(pivot)했다. 이 피봇이 지금의 인스타그램을 만든 결정적인 전환점이었다.1

더 최근에도 같은 패턴이 반복된다. 디스코드(Discord)는 2012년 게임 '팬텀(Fates Forever)'을 만들다 실패한 스타트업이었다. 창업자 제이슨 시트론(Jason Citron)과 스탠 비쇼프(Stan Vishnevskiy)는 게임 플레이 중 보이스 채팅이 너무 불편하다는 사용자들의 반응을 발견하고, 게임 자체를 버리고 그 보이스 채팅 기능 하나만 떼어내 새 서비스로 출시했다. 2025년 기준 디스코드는 월간 활성 사용자 2억 명 이상, 기업가치 150억 달러 규모의 플랫폼이 되었다.2 원래의 '위대한 아이디어'(게임)가 실패했기에, 더 좋은 실행(보이스 채팅 인프라)이 나올 수 있었다.

좋은 아이디어는 결국 반복된 실행과 관찰 속에서 걸러지고 다듬어진다. 처음 생각한 아이디어와 성공을 이룬 제품이 다른 것은 흔한 일이다. 유튜브(YouTube)도 처음에는 비디오 데이팅 공유 플랫폼이었다. 하지만 사용자들이 재미있는 영상만 올리자, 창업자는 과감히 방향을 바꾸었다.3 실행하지 않으면 어떤 아이디어도 검증되지 않는다. 검증되지 않은 아이디어는 단지 착각일 뿐이다.

그러니 다시 말한다. 아이디어는 단 1점. 성공하려면 나머지 99점을 실행으로 채워야 한다. (같은 주제를 다른 각도에서 다루는 1장 〈나는 창업가일까?〉, 그리고 같은 장 〈원대한 아이디어보다 하찮은 실행이 낫다〉도 함께 보면 좋다.)

참고 문헌

  1. Wikipedia contributors. "Instagram." Wikipedia. Burbn → Instagram 피봇 과정과 2010년 10월 출시 배경.
  2. Wikipedia contributors. "Discord." Wikipedia. 2015년 Discord 출시 전 게임 Fates Forever의 실패와 보이스 채팅 기술 재활용, 이후 2024–2025년 기준 사용자 수와 기업가치.
  3. Wikipedia contributors. "History of YouTube." Wikipedia. 비디오 데이팅 사이트 'Tune in, Hook up'에서 일반 동영상 공유 플랫폼으로의 피봇이 기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