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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 듣기 싫은 말

"관중의 야유는 나에게 성취를 향한 강한 동기를 준다."

— 배리 본즈(Barry Bonds), 야구선수

"Those boos really motivate me to make something happen."

— Barry Bonds

나는 창업가들에게 되도록 칭찬보다 창업가가 보지 못하는 부분이나 개선할 수 있는 사항을 이야기해주려 한다. 특히 이제 막 꿈에 부풀어 창업했거나 한창 제품개발에 집중하고 있을 때에는 더 큰 그림을 보지 못하거나, 새로운 문제해결 방법을 놓치기 쉽기 때문이다.

한 번은 당뇨병 환자의 혈당 측정을 위해 채혈하는 주사바늘을 개발한 창업가가 피칭을 했다. 그는 채혈할 때 환자의 고통을 20%가량 줄여주는 바늘을 개발했고, 전체 채혈바늘 시장에서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경쟁사가 채혈의 고통을 30% 줄여주는 제품을 개발한다면? 50%를 줄여주는 제품이 나온다면 어떨까? 그 창업가는 연구개발이 어렵고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가능성이 낮다고 답했다. 하지만 세상에는 이미 채혈 자체가 없는 제품이 상용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듯했다.

나는 연속혈당측정기(Continuous Glucose Monitor, CGM)에 대해 얘기했다. 덱스콤(Dexcom)과 애보트(Abbott)의 프리스타일 리브레(FreeStyle Libre)는 작은 센서를 피부에 붙여 주기적인 채혈 없이 실시간으로 혈당을 측정한다. 리브레 3는 미국에서만 2024년 매출 60억 달러를 넘었고, 처방전 없이도 구매할 수 있는 OTC 버전까지 출시됐다.1 주사바늘의 고통을 20% 줄이는 연구를 하는 동안, 이미 시장은 "바늘이 필요 없는" 패러다임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창업자가 잘 아는 세상의 바깥에서 이미 다른 게임이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는 창업가에게 익숙한 세상이 아니다. 그 창업가는 자신이 알고 있는 세상(주사바늘로 채혈해서 혈당을 측정하는 세상)이 변하는 것이 싫었을 것이다. 하지만 패러다임이 바뀌면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또 다른 스타트업은 머신러닝을 활용해 자연어로 대화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기술이 오픈AI(OpenAI), 구글(Google), 애플(Apple)의 대화형 AI보다 우수하다고 말했다. 내 생각은 달랐다. 거대 기업이 이미 막대한 데이터와 컴퓨팅으로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면, 스타트업이 정면 승부로 이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나는 특정 카테고리, 예를 들어 보험 상담이나 병원 예약 같은 분야에서 더 정확한 성능을 내는 쪽으로 포지셔닝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특정 도메인에서 범용 AI보다 낫다는 것을 증명한다면 승산이 있을 거라 판단했다. 하지만 창업가가 이 말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시간이 조금 필요했다. 엔지니어링에 대한 자신감이 확고한 창업가였기에 자존심 상하는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성공에는 지금 당장의 자존심을 지키는 것보다 성공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스타트업이 제품을 출시하면 실제 소비자들로부터 많은 피드백을 받는다. 소비자들은 이메일을 쓰거나 댓글을 달고, 앱스토어에서 별점을 매긴다. 오랜 기간 팀원들과 고통을 함께하며 개발한 제품이 세상에 나와 좋은 평을 받을 때에는 내가 세상에서 최고인 것 같은 우쭐함이 들지만, 누군가 "우리 제품이 형편없는 쓰레기"라는 인정사정없는 리뷰를 남겼을 때는 화가 치밀기도 하고, 당장이라도 회사를 접어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10만 명, 100만 명의 고객이 한꺼번에 쏟아내는 악평과 불평을 감내해야 할 때는 지구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싶을 만큼 괴롭다.

그러니 명심하자. 지금 믿을 만한 전문가에게 듣는 쓴소리 한마디가 나중에 수십만, 수백만 명의 고객이 쏟아내는 불평보다 훨씬 낫다. 창업가는 언제나 자존심보다 비판을 받아들이고 정확한 판단을 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고객에게 직접 검증을 받는 방법은 앞 글 〈고객에게 검증받아라〉에서 다뤘고, 내 아이디어가 왜 나쁠 수 있는지는 다음 글 〈당신의 아이디어가 나쁜 이유〉에서 이어진다.)

참고 문헌

  1. Wikipedia contributors. "Continuous glucose monitor." Wikipedia. Dexcom · Abbott FreeStyle Libre의 연속혈당측정 기술, 채혈 없는 센서 방식, OTC CGM 제품 출시 및 시장 규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