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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 창업가 연습

"나는 항상 뭔가 새로 시도할 것이 없나 찾아보고 스스로 발전시키기를 멈추지 않는다."

— 배리 본즈(Barry Bonds), 야구선수

"I never stop looking for things to try and make myself better."

— Barry Bonds, Baseball player

1만 시간의 법칙은 전문가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 자주 인용된다. 안데르스 에릭슨(Anders Ericsson)이 1993년 바이올리니스트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출발했고,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이 《아웃라이어(Outliers)》(2008)에서 대중화했다.1 어떤 사람이 전문가가 되려면 1만 시간(약 10년) 동안 연습해야 한다는 법칙이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열 살 때부터 피아노에 몰두해 22세에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세계적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다만 이 법칙을 너무 단순하게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2014년 케이스 웨스턴 대학의 브룩 맥나마라(Brooke Macnamara) 등이 이끈 88편 메타 분석은 《Psychological Science》에 실렸는데, "의도적 연습(deliberate practice)"이 체스 26%, 음악 21%, 스포츠 18%, 교육 4%, 전문직 1% 미만으로 분야별 성과 편차를 설명한다고 밝혔다.4 대중 요약은 BBC가 정리한 바 있다.2 창업 같은 '전문직' 영역에서는 의도적 연습의 기여도가 거의 0에 가까웠다는 점이 특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 1만 시간을 채운다고 자동으로 창업가가 되는 것도, 1만 시간을 못 채웠다고 실패가 확정되는 것도 아니다.

창업가는 더 다르다. 연습할 기회도, 환경도 따로 없다. 교사나 의사, 운동선수처럼 학교에서 배우고 실습하며 실수를 만회할 시간도 없다. 창업은 곧 실전이다. 실수가 곧 실패로 이어지고, 실패는 시장에서 퇴장당하는 것을 뜻한다.

그럼 창업가들은 어떻게 연습하고 준비해야 할까?

창업 경험이 없다면, 경험을 잘게 쪼개어 시도해보자. 학생이라면 창업 동아리나 경영 관련 학회 활동이 좋은 출발점이다. 작지만 실제 창업을 경험할 수 있고, 실패의 대가도 적다. 학점이 낮아지거나 약간의 금전 손실이 생겨도 인생 전체로 보면 작은 일이다. 그때는 큰 시련 같지만, 지나고 보면 인생에는 훨씬 더 큰 시련들이 많이 온다. 학생 때 창업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그 경험은 남들이 갖지 못한 수준의 지식과 경험, 특정 분야에 대한 이해와 통찰을 쌓게 해준다. 다만, 창업을 멋으로 여기면 안 된다.

직장인이라면 사내의 다양한 부서를 접촉하며 경영 전반을 관찰하라. 마케팅, 개발, 디자인, 인사, 홍보, 채용 등 모든 영역은 창업 후 당신이 직접 책임질 분야다. 인사부서가 어떤 방식으로 인재를 찾고 채용하는지, 홍보팀이 어떤 전략으로 위기에 대응하는지, 경영진이 어떻게 결정을 내리는지 의식적으로 관찰하고 연구하라. 직접 해보는 경험은 더욱 귀하다. 채용이나 해고 같은 어려운 결정에 참여해봤다면, 창업가로서 큰 자산을 얻은 것이다.

나는 소프트뱅크벤처스(SoftBank Ventures)에서 투자심사역으로 일하며 창업가처럼 고민할 수 있었다. 회사에서 이미 투자한 수십 개의 포트폴리오 회사가 있었고, 매일 다른 문제들이 발생했다. 해외 진출, 신제품 개발, 주요 인사 채용과 해고, 심지어 청산까지. 창업가가 마주하는 거의 모든 상황을 몇 년 안에 압축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공동창업자 간의 갈등, 급여 삭감, 리브랜딩 같은 문제를 투자사와 창업가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하는 과정을 보며, 나는 생생하게 배웠다. 그들이 어떻게 사고했고, 어떤 결정을 내렸으며, 그 결정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지금 당장 창업할 준비가 안 되었다면 다른 스타트업에 들어가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나는 2001년 실리콘밸리의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에 열 번째 직원으로 합류했다. 당시 우리가 가진 기술은 네트워크 장비의 펌웨어(firmware)를 항상 최신으로 유지시키는 업데이트 기술이었는데, 신규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셋톱박스, 게임 콘솔 등 여러 시장을 연구하고 있었다. 어느 날 사장이 "우리 기술을 휴대폰 시장에 적용해보자"고 제안했다. '스마트폰'이라는 말조차 없던 시절이었고, 무선통신망도 2G 수준이라 느리고 불안정했다. 나는 이미 큰 시장인 셋톱박스·게임 콘솔을 포기하고 거의 존재하지도 않는 휴대폰 시장에 왜 들어가야 하는지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결국 그 연구가 성공했고, 회사는 HP에 1억 6천만 달러에 인수되었다. 그 과정에서 개발, 영업, 전략 등 다양한 실무를 경험했고, 덕분에 이후 창업했을 때 빠르게 의사결정할 수 있었다. 실전은 최고의 연습이었다.

사람들은 창업가를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어느 날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고 벼락같이 성공한 인물로 그리지만, 현실은 다르다. 제프 베조스(Jeff Bezos)는 30세에 아마존을,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31세에 스페이스X를,5 리드 호프먼(Reid Hoffman)은 35세에 링크드인(LinkedIn)을 창업했다. 한국의 이승건(토스) 대표는 치과 의사로 5년 이상 환자를 보고 진료실 소프트웨어의 불편함을 몸으로 겪은 뒤 2013년 토스를 창업했다.

이런 사례가 우연이 아님을 보여주는 연구도 있다. 2018년 MIT 슬론의 피에르 아줄레(Pierre Azoulay) 등이 발표한 연구는 미국 창업 자료 270만 건을 분석해, 성공적인 '고성장 스타트업' 창업자의 중위 연령은 45세이며, 상위 0.1% 성과를 내는 스타트업 창업자의 평균 연령도 45세 전후라고 밝혔다. 20대 후반에 창업한 경우보다 50세에 창업한 경우의 성공 확률이 약 2배 더 높았다.3 경험이 쌓일수록 확률은 올라간다.

창업가는 연습 없이 실전에 뛰어드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매 순간을 배움의 기회로 삼았고, 매 경험을 창업의 준비로 삼은 사람들이다. 실전 같은 연습을 해온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런 연습을 많이 해온 사람이 결국 성공한다.

(공동창업자를 찾아 함께 연습하는 방법은 1장 〈공동창업자〉에서, 실험을 통한 학습은 1장 〈가난은 스타트업의 경쟁력〉에서 더 자세히 다룬다.)

참고 문헌

  1. Wikipedia contributors. "Outliers (book)." Wikipedia. Malcolm Gladwell의 2008년 저서, Anders Ericsson의 1993년 바이올리니스트 연구를 기반으로 '1만 시간의 법칙'을 대중화했다.
  2. Tom Stafford. "Why the '10,000-hour rule' is wrong." BBC News Magazine, March 1, 2014. 맥나마라(Macnamara) 등의 메타 분석에 앞서, '1만 시간' 단순 공식이 왜 과장되었는지 일반 독자를 위해 정리한 글. 원전은 Brooke N. Macnamara, David Z. Hambrick, and Frederick L. Oswald, Psychological Science 25 (8), 2014.
  3. Pierre Azoulay, Benjamin F. Jones, J. Daniel Kim, and Javier Miranda. "Age and High-Growth Entrepreneurship." NBER Working Paper No. 24489, 2018. 미국 창업자 270만 명 분석 — 성공 스타트업 창업자의 중위 연령은 45세.
  4. Brooke N. Macnamara, David Z. Hambrick, Frederick L. Oswald. "Deliberate Practice and Performance in Music, Games, Sports, Education, and Professions: A Meta-Analysis." Psychological Science 25(8), 1608–1618, 2014. 88편 연구 메타 분석 — 의도적 연습의 성과 변량 설명률 분야별 수치. DOI 10.1177/0956797614535810 (PMID 24986855).
  5. Wikipedia contributors. "Elon Musk." Wikipedia. 1971년생, 2002년 SpaceX 창업 (31세) 시점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