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 당신이 스타트업을 하면 안 되는 이유
"돈에 맞춰 일하면 직업이고, 돈을 넘어 일하면 소명이다. 직업으로 일하면 월급을 받고, 소명으로 일하면 선물을 받는다."
— 백범 김구(金九)
"If you work for money, it is a job; if you work beyond money, it is a calling. A job earns wages; a calling brings gifts."
— Kim Koo (Baekbeom)
스타트업을 하면 안 되는 이유도 있다.
첫째, 일확천금을 꿈꾸며 창업하는 경우. 미안하지만 돈을 버는 더 빠른 길을 찾아보길 권한다. 스타트업은 성공하면 큰돈과 명예가 따라오기도 한다. 하지만 그건 부수적인 것이지,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대부분의 시간은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이라 불리는 고통스러운 구간이다. 당신뿐 아니라 팀원들도 그 고통을 함께 겪어야 한다. 실패하면 지금보다 더 가난한 삶이 기다릴 수도 있다.
심지어 성공한 후에도 문제가 생긴다. 갑자기 생긴 돈 때문에 공동창업자나 팀원들과 갈등이 생기고, 자기가 가진 돈에 만족하지 못하거나 행복에 무감각해질 수도 있다. 돈은 그냥 숫자일 뿐이다. 그 숫자에 감정을 싣는 순간, 일도 관계도 망가진다.
위워크(WeWork)의 애덤 뉴먼(Adam Neumann) 사례는 그 극단이다. 그는 공유오피스라는 단순한 비즈니스 모델을 전 세계적 유니콘으로 키우며 약 120억 달러가 넘는 자금을 유치했다. 하지만 그는 이 돈으로 회사를 키우기보다는 사치스러운 개인 생활에 몰두했다. 회사 돈으로 개인 전용기를 사고, 자신 소유 부동산을 회사 명의로 임차해 사적 이익을 챙겼다. 가족을 고위직에 앉히고, 브랜드 슬로건 한 단어를 바꾸는 데 수백만 달러를 쓰기도 했다. 결국 이런 일들이 IPO 과정에서 드러났고, 기업가치는 470억 달러에서 80억 달러로 폭락했다. 그는 창업자 자리에서 물러났고, 약 1.7조 원에 달하는 퇴직금과 함께 회사를 떠났다.1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위워크는 끝내 회복하지 못했고, 2023년 11월 Chapter 11 파산을 신청하며 상장 기업으로서의 생명을 마감했다.2 반면 뉴먼은 2022년 부동산 임대 스타트업 '플로우(Flow)'를 창업해 벤처캐피털 a16z로부터 역대 최대 규모의 시드 투자를 유치하며 다시 조 단위 기업가치로 평가받았다.3 스타트업이라는 게임은, 그 안에 있는 사람에게는 유난히 관대할 수도, 무자비할 수도 있다.
크래프톤은 상장 직후 주가가 공모가 대비 40% 넘게 하락하면서 우리사주를 통해 주식을 배정받은 직원들이 큰 손실을 입었다. 평균 손실액이 1인당 5천만 원에 이르렀고, 대출까지 끼고 투자한 직원들은 이자 부담까지 더해져 '멘붕'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스타트업은 성공해도 끝이 아니다. 자본시장과의 게임은 또 다른 시작일 뿐이다.4
둘째, 직장 상사가 너무 괴롭혀서 당장이라도 회사를 때려치우는 경우. 공감은 된다. 하지만 창업하면 더 많은 괴로움이 기다리고 있다. 직장에선 상사 한 명만 견디면 되지만, 창업자는 수많은 '상사'를 상대해야 한다. 고객, 투자자, 파트너, 정부기관, 언론까지 모두 당신에게 지시하고 평가한다. 감정노동의 밀도는 훨씬 높다.
직장에선 정해진 업무만 하면 월급이 나온다. 창업자는 하루라도 손을 놓으면 팀 전체가 위험해진다. 신용카드 하나 만들기도 어렵고, 가족의 신뢰조차 잃는 경우도 많다. 창업자는 그 어떤 직장인보다 외롭고 고립되기 쉽다.
셋째, 멋져 보여서 창업하는 경우. 정말 위험한 착각이다. 누구나 창업하면 '대표님' 소리를 듣고, 잠시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99%의 시간은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 일의 연속이다. 고객과 거래처는 늘 갑이고, 은행에선 신용도가 낮다고 카드 발급을 거부당한다. 사람들은 내 스타트업 이름조차 관심 없어 하고, 사기꾼 취급을 당하는 일도 있다.
엘리자베스 홈즈(Elizabeth Holmes)는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화려한 여성 창업가였다. 스탠퍼드(Stanford) 대학을 중퇴한 후 2003년 19세의 나이에 테라노스(Theranos)를 창업했다. 홈즈는 단 한 방울의 혈액만으로 수백 가지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주장하며, 헨리 키신저(Henry Kissinger) 전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James Mattis) 전 국방장관,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Rupert Murdoch) 등 거물급 인사를 이사회에 참여시키고 약 9조 원(90억 달러)의 기업가치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문제는 그 기술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테라노스는 실제로는 기존 시약장비를 몰래 사용하거나 엉터리 진단 결과를 고객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운영하고 있었다. 내부 고발자들과 《월스트리트 저널(Wall Street Journal)》의 탐사보도 기자 존 캐리루(John Carreyrou)가 진실을 폭로하면서 모든 신화가 무너졌다. 홈즈는 2022년 연방 재판에서 투자자 사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고, 2023년 5월 11년형 복역을 시작했다.5
기술 창업이 포장과 마케팅, 인맥만으로 성립되지 않으며, 실체 없는 과장과 조작은 반드시 무너진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실패 사례다.
스타트업은 멋이 아니라 생존의 전쟁이다. 야놀자의 초기 창업자들은 모텔 정보를 수기로 정리했고, 직접 모텔을 돌며 전단지를 모았다. 광고조차 거절당하던 시절, 그들은 누구도 하지 않던 허드렛일을 묵묵히 해냈다. 스타트업은 바닥에서 시작하는 일이다. (바닥에서 시작하는 태도는 1장 〈가난은 스타트업의 경쟁력〉에서 더 이야기했다.)
스타트업은 당신을 빛나게 만들어주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어두운 곳으로 내려가게 만든다. 열정과 사명감, 그리고 냉철한 현실 인식이 없다면, 시작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꿈을 향해 달리기 전에, 그 꿈이 진짜 당신의 것인지 먼저 확인하라. (자기 검증은 1장 〈창업가 자질평가〉 참고.)
참고 문헌
- Wikipedia contributors. "Adam Neumann." Wikipedia. WeWork 창업자의 2019년 IPO 실패, $470억 → $80억 기업가치 폭락, 자진 사임 및 퇴직금 협상 과정이 정리되어 있다.
- Wikipedia contributors. "WeWork." Wikipedia. 2023년 11월 6일 Chapter 11 파산 신청 및 후속 구조조정.
- Wikipedia contributors. "Flow (company)." Wikipedia. Adam Neumann의 2022년 신규 창업 Flow가 Andreessen Horowitz(a16z)로부터 $350M 시드 투자를 받으며 $1B 기업가치로 평가된 사례.
- 서울경제. ""6000만원 날렸는데 손절도 못해"." 서울경제, 2021. 크래프톤 상장 후 우리사주 손실 이슈를 다룬 기사.
- Wikipedia contributors. "Elizabeth Holmes." Wikipedia. Theranos 창업, 2022년 연방 재판의 투자자 사기 유죄 판결, 2023년 5월 복역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