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 나는 창업가일까?
"이루지 못할 꿈은 없어. 네가 작다고 꿈까지 작지는 않은 거야."
— 가이 가네, 영화 《터보》
"No dream is too big. No dreamer is too small."
— Guy Gagne, from Turbo
누구나 한 번쯤은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고는 자신만의 창업을 꿈꾼다. 좋아하는 일이 생겼을 때, 불편한 것을 더 편하게 만들고 싶을 때,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사명감이 생길 때 사람들은 창업을 생각한다. (미안하지만, 단지 큰돈을 벌고 싶어서 창업하고 싶다면 이 책이 별 도움이 되지 않을 테니 당장 덮고 돈 벌러 나가시면 되겠다.)
하지만 막상 창업을 실행에 옮기기란 쉽지 않다. 학교나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월급 없이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지, 가족이나 애인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아이디어가 시장에서 통할지 고민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다 결국 아이디어는 머릿속에서만 머무르고, 어느 날 신문에서 비슷한 아이디어로 성공한 사람을 보면 '내가 먼저 생각했는데!' 하며 아쉬워한다. 왜 창업은 어려울까? 내가 창업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
돈이 없어서 창업을 못 했다는 말은 변명에 불과하다. 애플(Apple)의 스티브 잡스(Steve Jobs)는 열두 살 때 주파수 계수기를 만들기 위해 HP 창업자인 빌 휴렛(Bill Hewlett)에게 전화해 남는 부품을 얻었다.1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Steve Wozniak)이 만든 애플 원(Apple I)은 엄청난 투자를 받은 것이 아니다. 이들은 여기저기 발품을 팔아 어렵게 부품을 구했고, 직접 차고에서 납땜질해 제품을 만들었다. 배달의민족 창업자 김봉진 역시 음식점 정보를 얻기 위해 인터넷에서 정보를 일일이 수집했고, 역삼동 골목을 다니며 버려진 전단지를 주워 정보를 얻었다.2
아이디어가 없어서 창업을 못한다는 것도 핑계다. 시장을 잘 관찰하면 아이디어는 어디에나 있다. 인스타그램(Instagram)의 창업자 케빈 시스트롬(Kevin Systrom)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은 뒤 예쁘게 보정해서 SNS에 올린다는 것을 눈여겨봤다. 이 작은 관찰에서 출발해 간편하게 사진을 보정하고 공유할 수 있는 앱을 만들었고, 전 세계적인 성공을 거뒀다.3
더 최근의 사례도 있다. 2022년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에 재학 중이던 네 명의 학생들은 수업 과제로 코드를 짜다가 "AI가 내 옆에서 같이 코딩해주면 좋겠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출발해 커서(Cursor)라는 코드 에디터를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친구들에게 써보라고 나눠주는 작은 도구였지만, 개발자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면서 2024년에는 연간 반복매출이 1억 달러를 넘었고, 그해 말 26억 달러의 기업가치로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4 거창한 자금도, 대단한 배경도 없었다. 자신이 매일 느끼는 작은 불편을 끝까지 파고든 것, 그 하나였다.
큰 투자가 없어도 창업은 가능하다. 에어비앤비(Airbnb)는 창업 초기 돈이 없어 창업자들이 직접 아파트의 방 하나를 빌려 손님을 맞았다. 심지어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 기간 동안 시리얼 상자에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과 존 매케인(John McCain) 후보의 얼굴을 붙여 'Obama O's'와 'Cap'n McCain's'라는 한정판 시리얼을 팔아 초기 자금 3만 달러를 마련하기도 했다.5
당신에게도 창업가의 가능성이 있다. 돈이나 아이디어의 부족은 걸림돌이 아니다. 진짜 걸림돌은, 머릿속의 아이디어가 실행으로 옮겨가지 않은 채 오래 머무는 관성이다. (이 주제는 2장 〈원대한 아이디어보다 하찮은 실행이 낫다〉에서 본격적으로 다룬다. 혼자 시작하기 두렵다면 1장 〈공동창업자〉를 먼저 펼쳐봐도 좋다.)
그런데 작은 행동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답해야 할 질문이 하나 있다. 나는 정말 창업가의 기질이 있는 사람인가? 다음 글에서 열 가지 질문으로 그 답을 가늠해본다.
참고 문헌
- Wikipedia contributors. "Steve Jobs." Wikipedia. 12세 시절 빌 휴렛에게 전화한 일화는 Jobs 본인의 스탠퍼드 졸업식 연설(2005)에서도 회상된다.
- Wikipedia contributors. "우아한형제들." Wikipedia. 김봉진 대표의 배달의민족 초기 창업 과정 — 전단지 수집 방식이 정리되어 있다.
- Wikipedia contributors. "Kevin Systrom." Wikipedia.
- Wikipedia contributors. "Cursor (code editor)." Wikipedia. Anysphere (Cursor 제작사)의 2022년 창업과 2024년 연간 반복매출 1억 달러, 26억 달러 기업가치 Series B 투자유치가 정리되어 있다.
- Wikipedia contributors. "Airbnb." Wikipedia. 'Airbed & Breakfast' 시절 2008년 대선 시즌의 Obama O's / Cap'n McCain's 시리얼 모금 에피소드와 초기 자금 조달이 소개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