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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 위험은 내 친구

"모든 게 문제없다는 말은 조금 더 빨리 달릴 수 있다는 뜻이다."

— 마리오 앙드레띠(Mario Andretti), 카레이서

"If you have everything under control, you're not moving fast enough."

— Mario Andretti, Race car driver

"안정적인 직장을 버리고 왜 위험한 창업을 하나요?"

내가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다. 이 질문에는 두 가지 잘못된 전제가 있다.

첫째, 세상에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하는가? 매일 접하는 뉴스에서 경제 위기, 구조조정, 명예퇴직, 치솟는 실업률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온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정리해고, 오랜 기간 공들인 프로젝트가 외부 환경 변화로 하루아침에 취소되는 일, 전혀 다른 부서로의 발령, 국가 정책 변화나 규제 개정. 불확실성은 언제나 우리 주변에 있다.

심지어 대기업이라 하더라도 안정성을 보장하지 않는다. 결코 망하지 않을 것 같았던 노키아(Nokia)와 코닥(Kodak)의 사례를 보라. 한때 세계 휴대폰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했던 노키아는 애플(Apple)의 아이폰(iPhone)과 구글(Google)의 안드로이드(Android) OS에 시장을 급속히 빼앗기고, 결국 휴대폰 사업을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에 헐값으로 매각했다.1 130년 이상 필름 시장을 지배했던 코닥 역시 자신들이 발명한 디지털 카메라 기술을 스스로 외면하다가 2012년 파산을 신청했다.2

이런 이야기는 과거의 일이 아니다. 2023년 3월,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 업계의 '메인 뱅크'였던 실리콘밸리 은행(Silicon Valley Bank, SVB)은 단 48시간 만에 무너졌다. 예금 인출 사태가 시작되자 자산 2천억 달러가 넘는 40년 된 은행이 이틀 만에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관리에 들어갔다. 같은 달 유럽에서는 167년 역사의 크레디트 스위스(Credit Suisse)가 한 주말에 UBS에 긴급 인수되며 사라졌다.3 세계에서 가장 단단해 보이던 금융 기관들이 스스로의 무게에 무너지는 데 걸린 시간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짧았다.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서 변화를 외면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리스크다.

두 번째 잘못된 전제는 '창업이 곧 위험하다'는 것이다. 물론 통계적으로 스타트업이 IPO나 성공적인 M&A에 이르는 확률은 3% 미만이고, 나머지는 미미한 성장을 하거나 실패한다. 하지만 성공확률이 낮다는 사실이 곧 창업의 리스크가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대기업 직원이든 공무원이든, 전문직 종사자(의사, 변호사 등)든 누구나 일정 수준의 리스크를 안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리스크란 '미래의 불확실성'이지, 반드시 부정적 미래를 뜻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여섯 달 뒤에 은행 잔고가 바닥나고 우리 회사가 망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다면, 오히려 복 받은 것이다. 최소한 그때까지 망하지 않기 위해 지금 당장 뭐라도 할 수 있으니까. 진정한 리스크란, 가까운 미래에 내가 속한 조직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고, 내가 하는 일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상태 그 자체다.

이 구분은 이미 오래된 학술 전통이기도 하다. 경제학자 프랭크 나이트(Frank Knight)는 1921년 저서 《위험, 불확실성, 이윤(Risk, Uncertainty, and Profit)》에서 측정 가능한 '위험(risk)'과 측정 불가능한 '불확실성(uncertainty)'을 구분했고, 창업가가 얻는 이익은 후자를 감내한 대가라고 논증했다.5 현대 창업가가 뛰어드는 시장 대부분은 보험으로 환산할 수 있는 위험이 아니라 나이트적 의미의 불확실성에 가깝다 — 그래서 직장의 '안정성'과 창업의 '리스크'를 단순 비교하는 건 애초에 범주가 다른 것을 저울질하는 셈이다.

스타트업은 오히려 재무 상황, 시장 반응, 제품 개발 과정에서 투명한 정보를 가지고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그래서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 속도가 훨씬 빠르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에어비앤비(Airbnb)는 매출의 80%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위기에 직면했다. 경영진은 창업 이후 가장 큰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전체 직원의 25%에 해당하는 1,900명을 내보냈다. 동시에 주요 사업 방향을 '여행'에서 '장기숙박과 지역 체험'으로 재빨리 전환했다. 그 결과 반년 만에 수요가 회복되기 시작했고, 같은 해 12월 뉴욕증시에 상장했다. 상장 첫날 시가총액은 약 1,000억 달러로 기존 호텔 체인인 메리어트(Marriott)와 힐튼(Hilton)을 합친 것을 넘어섰다.4 반면 같은 기간 기존 호텔 산업은 대규모 손실과 파산 위기를 피하지 못했다. 스타트업이 위기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이다.

물론 현명한 리스크 감수와 무모한 투자는 분명히 구별되어야 한다.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창업자들은 최소한의 자원으로 최대한의 실험을 통해 제품-시장 적합성(Product-Market Fit, PMF)을 검증하고, 이를 기반으로 투자유치와 매출 성장 전략을 세워야 한다. (작은 자원으로 실험하는 태도는 1장 〈가난은 스타트업의 경쟁력〉에서, 창업 전 자기 검증은 1장 〈창업가 자질평가〉에서 다뤘다.) 반면 무모한 창업가는 근거 없는 믿음만을 맹신하며 집 담보대출과 사채까지 동원해 극도로 낮은 성공확률에 베팅한다.

결국, 불확실성을 두려워하기보다는 그것을 명확히 인지하고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진정한 경쟁력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명한 창업자는 위험을 친구로 여길 줄 알아야 한다. (반대로 어떤 종류의 '위험'은 피해야 하는지는 1장 〈당신이 스타트업을 하면 안 되는 이유〉에서 다룬다.)

참고 문헌

  1. Wikipedia contributors. "Nokia." Wikipedia. iPhone(2007)과 Android 등장 후 노키아의 시장 점유율 급락과 Microsoft Devices로의 휴대폰 사업 매각(2014) 경위가 정리되어 있다.
  2. Wikipedia contributors. "Kodak." Wikipedia. 자사에서 발명한 디지털 카메라 기술을 외면하고 필름 사업에 집착한 결과 2012년 Chapter 11 파산 신청에 이른 과정이 기술되어 있다.
  3. Wikipedia contributors. "Collapse of Silicon Valley Bank." Wikipedia. 2023년 3월 SVB의 48시간 붕괴와 같은 달 Credit Suisse의 UBS 긴급 인수 맥락이 정리되어 있다.
  4. Wikipedia contributors. "Airbnb." Wikipedia. 2020년 팬데믹 기간의 구조조정(직원 25% 감축), 장기숙박으로의 사업 전환, 같은 해 12월 IPO 첫날 약 1,000억 달러 시가총액 기록.
  5. Frank H. Knight. "Risk, Uncertainty, and Profit." Houghton Mifflin, 1921. 측정 가능한 '위험'과 측정 불가능한 '불확실성'의 경제학적 구분 — 창업가의 이익은 불확실성을 감내한 보상이라는 고전적 명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