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건너뛰기

05 – 공동창업자

"샘, 자네가 없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거야."

— 프로도, 영화 《반지의 제왕》 중에서

"Sam, I couldn't have done this without you."

— Frodo Baggins, Lord of the Rings

회사(company)라는 말 자체가 '여러 사람이 모인다'는 뜻이다. 아이디어는 한 사람의 머릿속에서 시작되지만, 그것이 영향력 있는 비즈니스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당신의 아이디어에 공감해야 한다. 한 명의 공동창업자부터 시작해 첫 번째 직원, 첫 번째 투자자, 그리고 마침내 돈을 지불할 첫 번째 고객까지, 당신의 아이디어에 공감하는 사람을 늘려가야 한다. 당신의 아이디어에 공감하는 사람이 1억 명쯤 되면 당신의 스타트업은 다음 번 구글(Google), 애플(Apple), 또는 메타(Meta)가 될 가능성이 높다.

HP, 내셔널 세미컨덕터(National Semiconductor), 구글, 애플, 페이팔(PayPal), 유튜브(YouTube), 메타(Meta)는 모두 두 명 이상의 공동창업자가 세운 회사다. 서로 같은 아이디어와 비전을 가지고 회사를 설립했지만, 각자 다른 능력으로 회사의 발전에 기여했다. 혼자서는 풀기 어려운 문제를 둘이 나누어 푸는 것, 그것이 공동창업의 본질이다.

미국의 핀테크 기업 스트라이프(Stripe)는 형제 공동창업자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아일랜드(Ireland) 출신의 패트릭 콜리슨(Patrick Collison)과 존 콜리슨(John Collison) 형제는 어린 시절부터 뛰어난 프로그래밍 실력을 보였다. 2007년 형제는 경매 관리 소프트웨어 회사 옥토매틱(Auctomatic)을 창업해 이듬해 약 500만 달러에 매각하며 첫 번째 성공을 맛보았다.

이후 두 형제는 온라인 결제의 복잡함과 비효율성이라는 문제에 주목했다. 특히 개발자들이 몇 줄의 코드만으로 결제를 붙일 수 있는 간편한 API가 시장에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2010년 샌프란시스코의 한 아파트에서 스트라이프를 창업했다. 며칠 만에 첫 결제 시연에 성공했고, 패트릭은 비즈니스와 회사 전반을, 존은 기술과 제품을 나눠 맡았다.1 피터 틸(Peter Thiel), 일론 머스크(Elon Musk), 세콰이어 캐피털(Sequoia Capital)이 초기 투자자로 참여했다. 스트라이프의 결제 API는 아마존(Amazon), 구글, 쇼피파이(Shopify), 인스타카트(Instacart) 등 글로벌 기업들의 결제 인프라가 되었고, 2024년에는 기업가치 700억 달러 수준까지 올라섰다.2

한국에도 대표적인 공동창업 사례가 있다. 당근마켓(당근)의 김재현과 김용현은 둘 다 카카오에서 일하던 시절, 사내게시판에서 중고거래가 놀랄 만큼 활발하게 일어나는 것을 눈여겨봤다. 당시 인터넷 최대 중고거래 시장이었던 '중고나라' 네이버 카페는 모바일 사용자 경험이 형편없었고 사기 거래가 빈번했다. 두 사람은 2015년 판교 주민들만을 위한 작은 직거래 앱 '판교장터'부터 시작해, 이메일·지역 인증으로 사기를 막으며 한 동네씩 서비스 지역을 넓혀갔다. 앱 이름을 '당신 근처의 중고마켓', 당근마켓으로 바꾼 후에는 수지·동탄·서울로, 그리고 전국으로 확장했다. 두 공동창업자는 기술과 제품(김재현), 그리고 사업 운영과 커뮤니티(김용현)를 나눠 맡으며 각자의 강점을 더했다. 2024년 당근마켓은 누적 가입자 4천만 명, 월간 이용자 수 2천만 명을 넘겼고, 3조 원 가까운 기업가치로 평가받았다.3

스트라이프와 당근마켓의 공통점은 창업자들이 문제를 관찰한 '전선'이 같았다는 것이다. 콜리슨 형제는 각자 코드를 짜다 결제의 복잡성을 겪었고, 김재현과 김용현은 매일 같은 사내게시판에서 같은 거래를 봤다. 공동창업자는 단순히 일을 나누는 사람이 아니다. 같은 고통을 이미 본 사람이다.

내가 500 글로벌(500 Global)에서 수백 팀을 만나는 동안 가장 자주 본 공동창업자 해체 패턴은 '오랜 친구라서 같이 시작했다'는 경우였다. 둘은 친했지만 같은 문제를 보지 않았다. 한 쪽은 기술 완성도에, 다른 쪽은 매출 성장에 집중했고, 둘 다 틀리지 않았지만 같은 그림을 그리지 못했다. 반대로 만난 지 얼마 안 된 두 창업가가 같은 고객의 같은 불만을, 같은 프로토타입의 같은 실패를 함께 겪은 팀은 놀랄 만큼 견고했다. 공동창업 관계의 지속력은 '얼마나 친한가'가 아니라 '얼마나 같은 문제를 봤는가'로 결정된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노암 와써맨(Noam Wasserman) 교수가 약 1만 명의 창업자를 10년에 걸쳐 추적한 연구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그의 저서 《창업가의 딜레마(The Founder's Dilemmas)》에 따르면, 친구·친족 간 공동창업팀은 다른 유형에 비해 관계 해체율이 유의하게 높았다. 가까울수록 불편한 대화를 미루게 되고, 지분·역할·의사결정권에 대한 명시적 합의가 느슨해지기 때문이다.4

물론 공동창업이 항상 쉬운 길은 아니다. 아이디어와 비전이 달라지면 관계는 깨지고, 지분 분배와 역할 분담이 흐릿하면 회사는 불안정해진다. 이 때문에 공동창업자를 찾는 일은 배우자를 찾는 것만큼 신중해야 한다. (공동창업자와의 갈등과 지분 설계는 4장 〈공동창업자〉에서 더 자세히 다룬다.)

정말 스타트업을 하고 싶다면, 책상에 앉아 수십 페이지짜리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를 만드는 것보다 지금 당장 내 아이디어에 공감하고 더 발전적인 의견을 내줄 공동창업자를 찾으러 다니는 편이 훨씬 낫다. 당신의 아이디어가 좋은지 걱정하는 시간에, 그 아이디어를 함께 겪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부터 찾자. (공동창업 여부는 1장 〈창업가 자질평가〉의 '5–8점' 밴드에서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었다.)

참고 문헌

  1. Wikipedia contributors. "Stripe, Inc.." Wikipedia. Patrick Collison과 John Collison의 Auctomatic 매각(2008), 2010년 Stripe 창업, 초기 투자자 Peter Thiel, Elon Musk, Sequoia Capital이 정리되어 있다.
  2. Wikipedia contributors. "Stripe, Inc.." Wikipedia. 2024년 주식 공개매수 기준 기업가치 약 700억 달러 평가.
  3. Wikipedia contributors. "당근마켓." Wikipedia. 김재현·김용현 공동창업(2015), 판교장터 시작, 전국 서비스 확장, 누적 가입자와 이용자 규모, 최근 기업가치 평가가 정리되어 있다.
  4. Noam Wasserman. "The Founder's Dilemmas: Anticipating and Avoiding the Pitfalls That Can Sink a Startup."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12. 약 1만 명 창업자 10년 추적 — 친구·친족 공동창업팀의 해체율이 다른 유형보다 높다는 결과 포함. Kauffman Foundation Se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