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 Preface
1999년, 스탠퍼드에서의 첫날
1999년 스탠퍼드(Stanford) 대학에 등교한 첫날은 내 인생이 바뀐 날이다. 인류가 겪어본 가장 큰 테크 버블이 정점에 달해 있었고, 학교 주변 실리콘밸리의 공기에는 스타트업 바이러스가 가득했다. 야후(Yahoo)와 구글(Google)처럼 엄청나게 성공한 스타트업이 이때 생겼고, 웹밴(Webvan)과 같은 드라마틱한 실패도 있었다.
나는 공학 석사를 마치자마자 나스닥 상장을 앞둔 잘나가는 스타트업에 올라탔다. 실리콘밸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느 스타트업처럼, 학교에서 같이 공부한 친구들과 오라클(Oracle)이나 선 마이크로시스템스(Sun Microsystems)에서 온 엄청난 경력의 천재들이 섞여 일하는 곳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스닥에 상장한 그 스타트업은 계속 성장할 것 같았고, 나는 곧 스톡옵션으로 큰돈을 벌 것만 같았다.
하지만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아 닷컴버블이 꺼지면서 실리콘밸리의 테크 회사들에 혹독한 시련이 닥쳤다. 연이어 터진 9·11 테러는 어둡고 긴 경제불황을 확실하게 알리는 사건이 되었다. 내게도 시련이 닥쳤다. 나는 첫 직장에서 정리해고를 당하고 여러 달 동안 백수로 지내며 앞으로 내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했다.
내가 회사를 고른다
그때 내가 내린 결론은 간단했다. 회사가 내 인생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회사의 인생을 결정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것이었다. 멋진 은퇴를 꿈꾸며 하기 싫은 일을 수십 년씩 하기보다는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하고 수십 년 동안 그렇게 일하기를 원했다.
나는 주저 없이 다시 스타트업에 들어갔다. 이번에는 직원이 10여 명에 불과한 작은 스타트업을 골랐다. 운이 좋았던지, 그곳에서 나는 존경할 만한 훌륭한 보스이자 멘토를 만났고, 그 회사는 2006년 HP(Hewlett-Packard)에 1억 6,000만 달러에 매각되었다. 스탠퍼드에서의 첫날 이후 나는 정리해고된 말단직원에서 성공한 벤처기업의 초기 멤버로, 벤처캐피털리스트에서 창업가로, 그리고 또 구글(Google)에서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일을 맡으면서 거의 20년째 스타트업의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지만, 여전히 스탠퍼드 대학에서 맞은 첫날의 열정과 에너지를 잊을 수 없다.
왜 이 책을 썼는가
나는 창업가들을 많이 만난다. 창업가들과 나누는 대화는 즐겁다. 내 주변에는 깜짝 놀랄 만한 아이디어와 실행력, 유머와 긍정의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이 있고, 그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즐겁다.
그런데 그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대부분의 창업가들이 같은 것을 묻거나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자신의 아이디어가 좋은지(2장), 제품개발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2~3장), 갑자기 매출과 회사규모가 성장하기 시작하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4장), 공동창업자 혹은 직원과의 갈등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4장 〈공동창업자〉), 어디서 투자를 받아야 하는지(6장), 어떤 투자자에게서 투자받아야 하는지(6장 〈좋은 투자자를 알아보는 법〉), 심지어 회사가 어려워 정리해고를 해야겠는데 어떻게 하는지(4장 〈해고〉) 등.
내가 창업가들에게 답을 해줄 수 있는 이유는 이런 어려움의 대부분을 직접 겪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은 어지러움 그 자체다. 지난 20년 동안 스타트업을 경험하면서 얻은 결론은, 창업이란 잘 정리된 이론이나 경영학 교과서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많은 사람이 성공한 스타트업은 남다른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고, 밤낮없이 고생하며 일한 창업자 한 명이 일궈낸 결과물이라 소개하지만 현실의 스타트업 스토리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오히려 처음에는 훌륭해 보였던 아이디어가 수십 번 실패하고, 여러 번 피봇(pivot)하고, 투자유치에 실패하고, 공동창업자들이 싸우고, 그러면서 어려움들을 이겨내고 성공을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었다.
진지하게 연구실에서 나온 기술로 성실하게 일해서 성공한 벤처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학교를 중퇴한 문제아들이 게임이나 해킹에 빠져서 우연히 발견한 것들을 큰 사업으로 발전시킨 경우도 많이 봤다. 내가 만난 창업가 중에는 밤 9시에 출근해서 아침 7시에 퇴근하는 팀도 있었고, 이렇다 할 사무실은 없지만 전 세계 멋진 해변과 도시를 찾아다니며 일하는 팀도 있었다. 푸스볼 테이블과 미끄럼틀, 킥보드와 온갖 장난감들로 가득한 사무실에서 일하는 건지 노는 건지 알 수 없는 애매한 경계 속에서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했다.
그래서 이 책은 성공 공식이 아니다. 이 책은 창업가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질문, 스스로 내려야 할 결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겪는 두려움과 외로움에 관한 책이다. 읽고 나면 창업가는 자신의 상황을 더 날카롭게 정의할 수 있고, 매일 마주하는 선택 앞에서 조금 덜 흔들리게 될 것이다.
이 책의 독자는 창업가다. 이미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든, 창업을 꿈꾸고 있든 상관없다. 창업가의 가족과 친구, 학교의 교수, 그리고 정부의 정책입안자들도 이 책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겠지만, 책의 중심은 언제나 창업가다.
현실의 스타트업은 드라마보다 극적이다
2005년에 문을 연 유튜브(YouTube)는 원래 비디오 데이팅 사이트를 목표로 시작했다. 그러나 실제 사용자들은 데이트 상대를 찾는 대신 재미있고 웃긴 영상을 공유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발견한 창업자들은 방향을 틀었고, 창업한 지 약 20개월 만에 16억 5,000만 달러에 구글에 인수되었다.1, 2
에어비앤비(Airbnb)는 2007년 창업자 브라이언 체스키(Brian Chesky)와 조 게비아(Joe Gebbia)가 월세를 낼 돈이 없어 자기 집 거실에 에어매트리스를 깔고 손님을 받은 것이 시작이었다. 그해 10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디자인 컨퍼런스 주간에 호텔이 만실이라는 점을 떠올린 것이 아이디어의 출발점이었다. 당시 이름은 'Airbed & Breakfast'였고, 2009년 3월에 지금의 에어비앤비로 이름을 바꿨다.3 현재 에어비앤비는 전 세계 220개국 이상에서 운영되는 숙박 플랫폼이 되었다.
엘론 머스크(Elon Musk)의 스페이스X(SpaceX)는 여러 차례의 로켓 착륙 실패를 거친 끝에 2015년 12월 팰컨(Falcon) 9 로켓의 1단 부스터를 처음으로 지상에 안전하게 착륙시켰다. 우주산업의 경제학 자체를 바꾼 기술이다.4 이들을 지탱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인류를 다행성 종으로 만든다"는 사명감이었다.
스타트업은 이렇게 떠들썩하고 정신없이 빠르게 바뀌며 드라마틱하게 성공(혹은 실패)하기도 한다. 세 회사 모두 처음 세운 아이디어와 실제 성공한 모습이 달랐다. 피봇, 실험, 그리고 고객과의 대화가 결국 방향을 만들어냈다. (피봇의 기술은 5장 〈변화의 기술〉에서 자세히 다룬다.)
이 책의 구성
이 책은 일곱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곱 장의 여정
- 창업가의 조건 — 나는 창업가일까? 창업가의 자질과 조건을 묻는다.
- 스타트업과 아이디어 —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고, 어떻게 검증하는가.
- 시장과 경쟁 — 대기업·경쟁사·거품 속에서 스타트업이 살아남는 방법.
- 창업가의 일 — 매일 창업가가 해야 하는 19가지 일 (채용·해고·문화·미션).
- 거꾸로 하는 스타트업 실무 — 상식을 뒤집는 11가지 실무 원칙.
- 유니콘의 투자유치 — 10가지 질문으로 푸는 투자 유치의 전 과정.
- 창업가가 풀어야 할 문제 — 생명·성평등·민주주의·불평등·환경. 그리고 10가지 원칙으로 맺는다.
순서대로 읽어도 좋고, 지금 당장 필요한 장을 먼저 펼쳐도 좋다. 각 장은 독립적으로 읽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럼 첫 번째 질문부터 시작하자. (1장 〈나는 창업가일까?〉)
나는 창업가일까?
참고 문헌
- Wikipedia contributors. "History of YouTube." Wikipedia. Covers the original "Tune in, Hook up" video-dating concept and the pivot to general video sharing.
- BBC News. "Google buys YouTube for $1.65bn." BBC News, October 10, 2006.
- Wikipedia contributors. "Airbnb." Wikipedia. Covers the October 2007 air-mattress founding during the IDSA conference and the "Airbed & Breakfast" → "Airbnb" rename in March 2009.
- SpaceX. "ORBCOMM-2 Mission." SpaceX, December 22, 2015. Official record of the Falcon 9 first-stage orbital-class booster landing at Cape Canaveral.